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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달러 사나이?

입력
2012.10.2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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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서 이미 실력 검증

대만 출신 왼손투수 천웨이인

올시즌 예상외 호성적도 영향

현재 최소 3개 팀에서 관심

"몸값 500만~1500만 달러"

에이스를 놓치고 싶은 구단은 없다. 15승 이상을 보장해 주는 투수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지난해 공동 6위에 이어 올해는 꼴찌인 한화로선 더욱 그렇다. 냉정히 보면 규정상 전혀 무리가 없는 '해외 진출 불가'를 선언했어도 된다.

하지만 한화는 국가대표 에이스 류현진(25)의 메이저리그(ML) 진출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노재덕 한화 단장은 29일 "김인식 감독 시절에도 (구단 피해를 감수하고) WBC 감독직을 허용했다. 이번에도 큰 틀에서 최종 결정을 했다"며 "류현진의 ML 포스팅을 위해 최대한 협조할 것이고, 추후 결과에 따라 ML 진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합당한 가치에 대한 기준은 구단과 선수 간의 합의된 사항으로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이날 "ML 진출 첫 단계인 포스팅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한화는 내가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고향"이라며 "이번 포스팅을 통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한국 대표에 걸맞은 대우를 통해 다시 해외 진출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끝으로 7년 차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 따르면 국내 무대에서 7시즌을 뛴 선수는 포스팅 시스템(공개입찰제도)을 통해 해외로 진출 할 수 있다. 단 구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 동안 류현진과 한화는 이를 놓고 입장 차이를 보였다. "보내달라"는 선수와 "보낼 수 없다"는 구단의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들끓는 여론에 구단이 한 발짝 물러섰다. 많은 야구 팬들은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이후 맥이 끊긴 ML 투수를 다시 보고 싶어 했다.

한화는 김응용 신임 감독과 오랜 시간 논의한 결과 '대한민국 에이스'로서 합당한 가치를 받는다면 ML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김 감독은 이날 통화에서 "류현진의 도전 정신을 존중했다. 합리적인 포스팅 비용으로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살려주길 바란다"며 "적정 금액은 구단이 결정할 문제다. 그래도 ML 구단들이 한국 에이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정황상 류현진의 포스팅 비용은 1,000만 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ML 스카우트는 꾸준히 류현진의 국내 경기를 지켜봤고, 현재 관심이 있는 구단은 최소 3개 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진의 몸값은 시즌 초반 보다 50% 정도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몸값 상승 요인은 크게 3가지다. ML에 정통한 관계자는 29일 "현지 분위기로 봤을 때 최소 500만 달러, 최대 1,500만 달러"라며 "올해 FA로 나온 투수 가운데 왼손이 없다. 이는 ML 구단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결국 류현진의 몸값이 올라간 결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대만 천웨이인(볼티모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류현진과 같은 왼손인 천웨이인은 올 시즌 예상과 달리 좋은 성적(12승11패 4.02)를 거뒀다. 실제로 한 구단은 '왜 천웨이인 같은 선수를 잡지 못했냐'며 문책성(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으로 부단장을 한국에 보내기도 했다. 류현진이 '제 2의 천웨이인'으로 평가 받는 셈이다.

키 187㎝, 몸무게 98㎏으로 메이저리거들과 비교해 전혀 뒤지지 않는 체격 조건을 갖춘 류현진은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던지는 왼손 투수라는 점에서 메이저리그의 주목을 받아 왔다. 데뷔 후 올해까지 7년간 통산 98승5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을 올린 류현진은 한 시즌 200이닝 이상을 두 차례 기록하는 등 연평균 181이닝을 던진 강한 어깨를 지녔다.

그 동안 한국 선수들은 일본 선수들에 비해 제대로 된 몸값을 받지 못했다. 1998년 이상훈(60만달러ㆍ전 LG), 2002년 진필중(2만5,000달러ㆍ전 두산), 임창용(65만달러ㆍ전 삼성) 등은 기대 이하의 응찰액에 ML 진출의 꿈을 접었다. ML 구단은 한국 야구를 일본 야구의 한 단계 아래로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류현진은 왼손이라는 특수성에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며 한국 무대를 장악했다. 올림픽과 WBC 같은 국제 무대에서도 이미 실력을 검증을 받았다. 특히 ML에서 '슈퍼 에이전트'로 통하는 스콧 보라스와 계약, 몸값이 수직 상승할 수도 있다.

한화는 류현진의 해외 진출과 동시에 특급 용병 영입 및 적극적인 FA 선수 확보를 통해 전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류현진은 포스팅 참가 전까지 구단 마무리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가한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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