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 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나라 안팎의 어수선한 정치ㆍ경제 환경과 역대 선거과정에 비추어 한창 득표경쟁이 달아오를 때가 됐는데도 의외로 분위기가 차분하다. 한동안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 등 3자 사이의 지지율 등락이 관심을 끌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 과열ㆍ혼탁 선거를 피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한편으로 선거 축제의 열기를 느낄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작지 않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선거구도의 불확실성이 너무 오래 가고 있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사이의 단일화 전망이 언제 투명화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후보단일화 과정의 주도권 장악을 위한 양측의 줄다리기는 여러 형태로 이뤄져 왔지만 아직까지 무게중심을 가늠하기 여의치 않다. 어떤 경로와 방법을 거치든, 최소한 후보단일화는 필연이라는 일반적 확신이라도 서야 할 터지만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어떤 형태로, 어느 쪽으로 단일화될 것이냐는 전망은 더욱 오리무중이다. 그 결과 크게 '박 후보 대 문ㆍ안 후보'라는 어렴풋한 대결구도는 상정됐지만, 두 야권 후보가 내부 경쟁과 박 후보 견제에 동시에 임해야 하다 보니 뾰족하고 날카로운 대결 상황이 좀처럼 빚어지기 어렵다.
또 다른 걸림돌은 4ㆍ11 총선을 앞두고 시작된 정치권의 정책ㆍ노선 수렴 현상이다. 현재까지 박ㆍ문ㆍ안 세 후보가 주요 쟁점과 관련해 제시한 정책대안의 틀은 대동소이하다.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만들기, 중소기업 살리기는 물론이고 정치개혁, 안보ㆍ통일ㆍ외교 정책에 이르기까지 멀리서 보면 비슷하고,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만 조금씩 다른 색채를 알아챌 수 있을 정도다. '작은 차이'라도 두드러지게 할 세부 정책공약은 아직 나오지 않아 확연한 정책 대립ㆍ경쟁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큰 틀의 여야, 기왕에 굳어진 진보ㆍ보수 이미지를 잣대로 한 어렴풋한 지지 정파나 진영의 구분만 남았다. 그 결과 세 후보의 장래적 정책구상이나 정치역량과의 직접 관련성이 떨어지는 역사인식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등 부수 쟁점에 대한 다툼만 무성하다.
대선 구도의 불확정성 상태가 더 이상 길어져서는 깔끔한 구도 정립을 바라는 유권자의 피로가 커져, 뒤늦게 정리된 구도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기 쉽다. 결과적으로 정치개혁의 출발점인 유권자의 '신중한 선택'을 해친다는 점에서 선거구도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당사자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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