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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높아진 中소비자… '고급'이어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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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높아진 中소비자… '고급'이어야 통한다

입력
2012.10.2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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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중국 상하이. 5년 만에 사업차 중국에 들른 이건희 삼성 회장은 그룹과 삼성전자 수뇌부를 불러모았다. 그룹 후계자인 이재용 사장을 비롯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장원기 중국삼성 사장, 윤부근 삼성전자 가전부문 사장, 신종균 삼성전자 모바일 부문 사장 등이 마주 앉았다.

삼성 수뇌부는 최근 들어 중국에 대한 중요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이 회장은 말할 것도 없고, 삼성전자 사령탑에서 그룹 사령탑으로 옮긴 최지성 부회장 역시 중국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삼성관계자는 "글로벌 경제환경이 바뀌고 중국시장 역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삼성의 중국전략도 새로운 단계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대중전략 2.0'의 골자는 전략생산기지화. 지난 달 중국 시안에 사상 최대규모인 70억 달러짜리 반도체공장을 착공한 게 가장 상징적인 대목이다. 이곳의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생산될 제품은 최첨단 20나노미터(㎚)급 제품. 회사 관계자는 "더 이상 중국은 부가가치 낮은 백색가전이나 수율 낮은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지역이 아니다. 앞으론 가장 핵심 제품, 가장 부가가치 높은 제품이 중국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도 현재 중국내 증산에 총력체제에 돌입했다. 미국 유럽 등 다른 선진시장에 수출할 차를 좀 더 싸게 만들기 위해 중국생산물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중국 내수시장공략을 위해 증산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는 이미 중국 내 100만대 생산능력을 확보한 상태. 향후 4년 내 이를 2배로 늘려, 2016년에는 2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게 정몽구 회장의 의지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내수시장은 조만간 2,000만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며 두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하려면 200만대 조기증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차종도 고급 세단 쪽으로 바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경차나 소형차를 선호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을 겨냥해야 하는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보다 고급세단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중형급 이상의 차종 생산을 확대하며, 베이징, 상하이에 에쿠스, 제네시스 등 고급차 브랜드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플래그십 매장을 설치할 방침이다. 백효흠 베이징현대 사장은 "2009년 중형차와 SUV 등 고급차종의 비중이 15%였지만 지난해에는 36%까지 늘어났다"면서 "고급차로 중국에서 승부수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생산기지 아닌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국내기업들의 진출은 거의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사실상 중국 수출을 재개한 쌍용자동차도 오는 2013년까지 중국 내 150개 전시장을 설립, 연 3만~5만대를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지 시장에서 약 18% 점유율로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내년부터 중국 세 번째 공장인 충칭공장을 가동한다.

한화가 그룹의 미래를 건 태양광사업도 중국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화의 태양광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한화솔라원도 2010년까지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던 중국의 태양광업체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해 사명을 바꾼 곳. 한화솔라원은 이번에 독일의 태양광 셀 업체인 큐셀까지 인수, 글로벌 3대 태양광업체로 발돋움하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중국 내수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최대 화학업체인 사이노펙과의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중국 우한에 올해 연말까지 연산 80만톤 규모의 에틸렌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GS그룹은 가장 대표적 내수업종인 주유소 사업을 중국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기업들의 중국전략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아직도 '1.0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오르는 인건비, 늘어나는 규제를 견디지 못해 '탈중국'을 모색 중이며, 높아진 중국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실패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현재 국내 기업으로선 필연적으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중국소비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브랜드 파워와 가격, 품질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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