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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비밀계좌 보유자 폭로한 잡지사 대표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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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비밀계좌 보유자 폭로한 잡지사 대표 체포

입력
2012.10.2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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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서 스위스은행 비밀계좌 보유자 2,000여명의 명단을 폭로한 잡지사 대표가 28일(현지시간) 체포됐다. 전직 장관을 비롯한 고위층이 대거 명단에 포함돼 있는데다 그리스 정부가 2년 전 명단을 입수하고도 탈세 혐의를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주간지 핫독의 소유주 겸 편집인 코스타스 박세바니스(사진)가 비밀계좌 보유자 명단 보도 하루 만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그가 허가 없이 실명을 공개했으며 명단에 오른 개인이나 회사들이 탈세나 돈세탁에 연루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박세바니스는 “당국이 탈세 혐의자와 명단을 숨긴 장관들 대신 언론의 진실과 자유를 체포했다”고 항의했다.

‘라가르드 리스트’라는 별명이 붙은 이 명단은 2010년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이던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HSBC은행 스위스지점에서 입수, 그리스 등 관련 국가 정부에 탈세 조사에 참고하라고 전달한 것이다. 전체 2만여명의 명단 중 그리스인은 2,059명이며 게오르게 불가라키스 전 문화부 장관과 현직 재무부 관료, 기업가, 배우,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포함돼 있다.

핫독은 개인별 예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일부 계좌에는 5억유로 이상이 예치돼 있다”고 보도했다. 라이베리아에 회사를 세우고 부인과 함께 세금신고 없이 계좌를 관리해온 것으로 지목된 불가라키스 전 장관은 “근거 없는 인신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미 몇 주 전 라가르드 리스트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그리스 정가의 가장 뜨거운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을 받으려 증세를 포함한 고강도 긴축안의 의회 승인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정작 고위층 탈세는 실체를 알고도 방치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NYT는 “정치 지도자들이 친분 있는 기업인들을 조사하길 주저했다는 사실이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긴축안을 둘러싸고 내분을 겪고 있는 3당 연립정부에도 이번 사안은 악재가 될 전망이다. 연정에 참여해 재무장관을 맡고 있는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 당수는 명단을 입수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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