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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NIE] 학교폭력 기재보다 암울한 교육 현실부터 개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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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NIE] 학교폭력 기재보다 암울한 교육 현실부터 개선하라

입력
2012.10.2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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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를 보면 엄격한 청교도 사회에서 간통죄를 범한 여주인공이 영원히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고 다니는 벌을 받는다. 어디를 가든 사람들은 그 주홍글씨를 보고 야유를 퍼붓는다. 주홍글씨는 간통을 했다는 낙인이었다. 그녀의 모든 말과 행동을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간통죄를 저질렀다는 과거에 비추어 판단했다. 그녀는 어느 곳에서든 외면받게 된다.

이렇듯 파괴적인 주홍글씨가 학생들에게 새겨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월 6일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가해학생 즉시 출석 정지, 전학 및 상급학교 진학 시 타학교 배정과 학부모 소환 등이다. 출석 정지의 경우 1회 10일 이내(연간 30일 이내)라는 기간 제한도 사라졌다. 그리고 피해 학생에 대한 경찰의 동행 보호, 학교 안전공제회의 치료비 지원, 심리치료 의무화 등도 도입됐다.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중학교 체육수업 단위 수를 늘리는 한편 복수 담임제와 일진 경보제를 시행하게 됐다. 이 중 '주홍글씨'라며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사항은 학교폭력 징계 사항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이다. 이를 둘러싸고 학교 폭력의 확실한 근절 방책이라는 교과부와 가해자 학생에 대한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일부 진보 교육감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고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부 기록은 5년 동안 보존하게 했다. 이는 곧 초등학생의 치기 어린 일탈이 앞으로 만날 수많은 교사들에게 '저 아이는 폭력적'이라는 낙인을 심어 주며 고등학생이 저지른 잠깐의 실수가 대학 입시는 물론 취직 및 사회 생활에 큰 타격을 줘도 아무 상관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남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자라가는 가해학생들에게 개선의 의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과부는 인성교육의 기초자료라고 하지만 오히려 앞으로 교화 가능성을 몰살하는 처사인 것이다. 이것이 과연 교육적인 것일까. 학교와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사회에 나가기 전 미성숙한 청소년을 사회적 규범에 적합한 시민으로 키워나가기 위함이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냉혹한 서바이벌 게임을 펼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가해학생의 인권보다 피해학생의 인권이 중요하다는 반박이 있다. 하지만 학생부 기재를 반대하는 것이 피해학생의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와 심하면 자살까지 초래하는 학교폭력과 그 가해자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싶다. 또한 가해학생의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이 피해자의 인권을 증진시키는 것은 아니며 일차원적인 보복성 처벌에 그칠 뿐이다. 가해자에 대한 올바른 처벌을 시행함과 동시에 개선의 여지를 남겨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더욱이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가 학교폭력의 예방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그러한 잔혹한 행위를 저지르는 이유는 판단력이 부족하고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잘못된 방법으로 표출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학생이 학생부에 기재된다는 처벌이 두려워 학교폭력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입시교육 위주의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다. '남보다 더 높이', '남보다 더 많이'가 무조건적인 잣대가 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타인에 대한 동정이나 배려심보다 남을 밟고 올라서는 법을 배운다. 사실 학교폭력은 이러한 교육병이 악화돼 생긴 부작용이다. 하지만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는 이를 고려하지 않은 가장 손쉬운 대응책일 뿐이다. 교과부는 학교폭력의 본질적인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것일까 애써 외면하는 것일까.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될뿐더러 그 실효성까지 의문이 가는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이대로는 안 된다.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며 한편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학교폭력은 과도한 경쟁 위주의 교육에 끙끙 앓아오던 학생들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신호이다. 이제 사회는 이 신호를 계기로 경쟁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교과부와 각 지역 교육감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소모적인 자존심 싸움을 그만두고 교육에 대한 공론의 장을 조성해야 한다. 그곳에서 각 학교의 실황 및 정보를 공유하고 진정한 교육에 대한 의논이 이루어진다면 폭력 없는 밝은 학교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광주 서강고 2학년 윤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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