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등급 매기는 것부터 바꿔야 합니다.”
대구대 권혁철(51·작업치료학과 교수) 재활과학대학장은 장애인 복지를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등급이 아니라 장애에 대한 등급을 나누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경 끼고 시력 재는 것이 훨씬 과학적
그가 몸담고 있는 재활과학대학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물리치료, 언어치료, 재활심리, 직업재활, 재활공학 등 체계를 갖춘 재활과학대학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한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해 첫 신입생 20명을 받은 작업치료학과는 후발주자다. 1, 2학년 통틀어 40명인 이 학과는 내년부터 입학 정원이 두 배 늘어난다. 물리치료사가 하체 기능회복을 담당한다면, 작업치료사는 머리와 몸통, 손 등 상체와 정신 기능을 돌본다. 작업치료학과가 재활분야에서 중요한 분야인데도 늦게 개설된 것은 작업치료사 면허를 받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권 학장은 1991년 대구대와 인연을 맺은 후 물리치료학과 교수로 활동해오다 보건복지부에 작업치료의 중요성을 수 차례 각인, 신설 학과를 개설해 강의를 맡고 있다. 그는 아직도 재활서비스 분야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재활분야는 복지사회가 잘 될수록 각광받는데, 아직도 인프라가 취약하다”며 “국민인식이 좋아졌지만 차별적인 시각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장애 등급에 대한 그의 주장은 명확했다. “최근에는 보조공학이 발달, 장애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기기들이 많다”는 그는 “장애인에게도 자신에 맞는 편의기기를 부착, 적용해서 기능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경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명백히 장애지만 안경을 통해 극복할 수 있고, 안경을 낀 채로 시력을 재는 것이 더 과학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국내 재활정책은 격리정책!
권 학장은 연세대에서 재활학전공으로 보건학 학사와 석사가 됐다. 1996년에는 인제대에서 ‘의료재활 정책’에 대한 논문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재활은 지역사회의 재활정책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인근 시설에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꼼짝 못하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전문가들이 방문재활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춰야 하는 거죠.”
하지만 국내 재활정책은 장애인 격리정책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님비 현상 등으로 장애인복지관이 대부분 외곽지역에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역사회 내 소규모 재활센터를 많이 건립,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해결책이다.
그는 2000∼2004년 경북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핵심요원으로 활동하면서 공공건물과 신규건물 등에 장애인용 화장실과 계단 등을 집중 설치토록 했다. 당시만 해도 공공화장실에서 장애인용을 찾기 힘들었으나 그때의 노력으로 지금은 대거 보급됐다.
재활학으로 배출한 제자들이 사회와 강단 등에서 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땀흘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 벅차다.
한편 그는 한국전문물리치료학회장과 대한재활공학회장,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이 있고, 우리나라 의료재활전문인력 수급에 관한 연구, 의료재활전달체계 모형개발에 관한 연구 등 다수의 연구 결과물이 있다.
권혁철 학장은 “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도 편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모두를 배려하는 유니버설 정책이 펼쳐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준호 기자
권혁철 학장은 연세대학교에서 재활전공으로 보건학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1996년 인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연세대학교 의료원 신촌세브란스 병원 재활의학과에 근무하면서 연세대 보건과학대학 재활학과 전임강사로 재직하다 현재 대구대학교 재활과학대학 물리치료학과와 재활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밖에 한국전문물리치료학회장과 대한재활공학회장 등을 역임한 그는 대한작업치료학회와 한국전문물리치료학회 편집위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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