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을 잘 견디지 못 한다. 앞을 볼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도구를 쓰지 않고 건물을 짓는다. 그 규모가 사람으로 치면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보다 25배 크다. 동물 중에선 유일하게 전기를 쓰지 않고도 외부 기후 변화와 관계 없이 집 안의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에어컨 시스템을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가인 흰개미 이야기다.
EBS는 30일 밤 11시 15분 '다큐10+'를 통해 오스트리아 ORF사가 지난해 제작한 '자연의 건축가, 흰개미(원제 Termites - The Inner Sanctum)'를 방송한다. 흰개미는 개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분류학상으로 개미처럼 벌목에 속하지 않고 따로 단일한 목으로 분류된다. 2억년 전 바퀴목에서 갈라져 나왔기 때문이다. 사회적 행동이나 주거 형태 등 몇 가지 특징을 제외하면 개미보다 바퀴와 비슷한 점이 더 많다. 아열대 지역에 주로 분포해 있는 흰개미는 한랭지를 제외하고 세계 각지에 널리 분포해 있다.
사바나의 곳곳에 우뚝 솟아 있는 흰개미집은 높이가 최대 8미터에 이른다. 흰개미집 내부에는 유충을 돌보는 육아실, 운송을 위한 통로, 영양 섭취를 위한 버섯밭, 심지어 적의 공격에 대비한 비상구까지 갖추고 있다. 죽은 나무 속에서 살며 목조 건물에 큰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알려져 해충이란 인식이 많지만 지구의 생태계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세계 곳곳에 서식하는 흰개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고 그들의 적은 무엇이며 흰개미와 개미는 서로 어떻게 다른지 알아본다. 또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흥미로운 삶을 살아가는 흰개미의 이색적 모습을 살펴보고 흰개미들의 경이로운 건축 기술도 함께 알아본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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