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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in 공장 out… 中 소비시장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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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in 공장 out… 中 소비시장이 뜬다

입력
2012.10.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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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기업들에게 중국은 낮은 임금 등으로 제조단가를 낮춰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생산공장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로 선진국 시장은 협소해지고, 반대로 중국은 7%이상의 높은 성장을 지속하면서, 이젠 중국 내수시장 그 자체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국내기업들 역시 중국시장에 대한 접근전략이 바뀌고 있고, 또 바뀌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바야흐로 '중국전략 2.0'시대를 맞은 것이다.

지난 6월 중국 주재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럽 기업 가운데 중국을 주요 판매처로 꼽은 기업은 2009년 60%에서 올해 72%로 증가했다. 반대로 유럽을 주요시장으로 기업은 같은 기간 19%에서 13%로 감소했다. 유럽기업들이 이젠 중국 내 공장에서 유럽인들을 위한 제품이 아닌 중국인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유럽만의 얘기는 아니다. 중국 진출 미국기업도 66%가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꼽았다. 글로벌 기업들에게 중국의 의미는 이제 '공장에서 시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미국발 금융위기, 유럽발 재정위기 등 두 차례 글로벌 경제위기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내수시장이 극도로 위축되어 있다는 점. 두 번째는 중국 내수시장은 견고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중국정부 역시 수출주도의 성장정책을 내수시장 확대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혜림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내수 확대정책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면서 구매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글로벌 기업들의 대 중국전략에도 근본적 변화가 일고 있다. '공장'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더 값싼 동남아시아 국가로 옮기는 대신,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위한 '시장'조직이나 핵심 전략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조직이 들어가고 있다. 소위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빼내고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한 부분을 투입하는 '인 앤 아웃'(in & out)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다르게 접근하는 것이다.

'인 앤 아웃 전략'을 가장 발 빠르게 적용한 곳은 독일의 아디다스다. 아디다스는 스포츠의류를 생산하는 중국 쑤저우 공장을 이달 말까지 미얀마와 캄보디아로 옮기고 대신 판매점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 중국에서 7,000개 매장을 운영 중인 아디다스는 올해 600개 매장을 늘리고 2015년까지 2,500개 매장을 더 개설하기로 했다.

일본의 SPA(제조유통일괄형) 의류업체 유니클로도 마찬가지. 유니클로는 올해 말까지 중국 내 생산 비중을 70%에서 50% 이하로 낮추는 대신 현재 116개 직영 매장을 2020년까지 매년 100개씩 늘릴 계획이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더 이상 제품생산기지가 아니라 판매를 위한 최전선기지가 됐다"고 말했다.

생산하는 제품도 이젠 저가제품이 아닌 프리미엄급으로 이동하고 있다.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는 올해 1월 중국 슈앙청시와 제휴를 맺고 앞으로 5년간 25억 위안을 투입, 최고품질의 우유개발을 위한 젖소농장을 만들기로 했다. 자동차업체들도 중국 승용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기술 유출의 위험을 무릅쓰며 핵심 기술을 속속 가져가고 있는데, 베이징과 다롄에 엔진공장을 가동 중인 벤츠와 폭스바겐에 이어 BMW가 지난 8월 선양에 최첨단 엔진공장을 짓고 2015년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내수시장의 비중이 커지고, 구매력 높은 소비자가 늘어나다 보니 손발(판매조직)을 넘어 두뇌(연구개발조직)까지 중국에 만드는 추세다. 네델란드 전자업체 필립스도 지난해 중국 시장 매출이 미국에 이어 2위로 부상하면서 판매조직뿐 아니라 연구개발 부문까지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의료기기 업체 코비디엔은 지난 8월 상하이에 4,500만 달러를 들여 연구개발센터를 완공했다.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이젠 중국전략을 다시 써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제3국 수출을 위한 값싼 생산기지를 찾는다면 동남아로 가야 하며, 중국은 내수시장과 프리미엄급 제품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중국에 없는 고급 기술이나 남다른 사업적 혜안이 필요하다"며 "기술이 없으면 남의 기술을 사서라도 들어가야 하며 2,3년 내 단기 수익보다 1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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