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오후 1시가 되면 어김없이 13명의 할머니들로 구성된'양천수의봉사단'이 서울 신정동 양천자원봉사센터 2층에 모여든다. 이들 할머니는 이곳에서 오후 5시까지 철저히 분업화된 작업 매뉴얼에 맞춰 삼베를 재단하고, 공업용 재봉틀을 돌려 바느질을 한다. 그렇게 할머니들이 지은 수의(壽衣)는 2001년 봉사단이 결성된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독거노인이나 살림이 어려운 노인 등 280명에게 전달돼 왔다.
올해로 24회째를 맞는 '2012 서울시 봉사상'의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양천수의봉사단'의 창립 멤버인 함지연(68)회장은 28일 "경제적인 삶이 어렵고 곁에 아무도 없는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랬을 뿐"이라며 "이렇게 서울시에서 상까지 주니 너무 기쁘고, '소통과 나눔'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함 회장은 "지난 10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며 "하루 네 시간을 꼬박 앉아서 일하다 보면 바늘에 손이 찔리고, 눈이 잘 안보여서 애를 먹지만 우리가 만든 옷이 인생에서 마지막 길을 떠나는 분들에게 선물이 되어줄 걸 생각하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도 처음부터 일이 순조롭게 풀렸던 것은 아니다. '양천구 수의봉사단'이 결성된 첫해 수의 제작 경험이 없는 이들이 만들 수 있었던 수의는 달랑 한 벌에 불과했다. 하지만 단원들 모두가 양천구 문화센터에서 수의 제작 과정을 이수하고, 구청의 도움을 얻어 거친 삼베를 가공할 수 있는 공업용 재봉틀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지난 8월에는 총 30벌의 수의를 만들어 양천구 주민센터와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독거 노인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지난해 갑자기 돌아가신 남편의 수의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다가 우리가 지은 수의로 장례를 치른 동네 주민이 한 분 있었어요. 그분이'고맙다'며 은행 한 줌을 주머니에 넣어 주고 가더라고요. 눈물이 핑 돌았죠."
양천구수의봉사단에서 활동하는 할머니들은 복지관 차량봉사부터 발마사지 봉사와 사랑의 쌀 모으기운동 참여 등 다양한 봉사활동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중 임문준(64) 할머니는 1999년부터 시작해온 봉사활동 참여시간이 9,000시간에 달해 봉사활동 최고기록 보유자로 통한다. 그는 "젊어서부터 봉사활동을 해서 자식들은 이제 그러려니 한다"며 "단원들이 수의를 만들며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서 그런지 항상 웃으면서 일하고, 앞으로도 걸을 힘이 있는 한 이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봉사상은 서울시와 한국일보가 공동 주관으로, 1989년부터 시행해 온 서울시민대상 중 봉사부문을 2007년부터 매년 10월에 시상하고 있다. 올해 수상자는 지난 5월20일부터 8월10일까지 각 구청과 시민단체, 시민들로부터 총 101건(시민 81, 단체 20)을 추천 받아, 학계와 언론ㆍ법조계 13명의 인사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거쳐 최종 선정됐다.
이번 '2012 서울봉사상'에는 대상에 '양천구수의봉사단'을 비롯해 최우수상에 개인 4명 및 단체 1곳, 우수상에 개인 7명과 단체 7곳이 각각 선정됐다. 시상식은 29일 오후 3시 서울시 신청사 다목적홀에서 열리며 수상자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상석 한국일보 사장이 등이 참석한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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