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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부른 '성형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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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부른 '성형 공화국'

입력
2012.10.2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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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지(가명ㆍ24)씨는 식사를 할 때 국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자기도 모르게 입술 한쪽으로 국물이 흐르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힘을 꽉 주지 않으면 오른쪽 입술이 절로 벌어진다. 좌우 어금니의 높이가 달라져 안면 비대칭도 있다. 이쯤 되면 얼굴의 이상을 바로잡는 수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테지만, 의외로 이 모든 현상은 성형수술의 부작용 때문이다.

이런 고통은 유씨가 지난 해 말 양악수술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병원에서는 "안면 비대칭의 징후가 보이고 팔자주름도 있다"면서 양악수술을 권했다. 수술 후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유씨는 대책 마련을 호소했지만, 병원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 했다.

화학적 박피, 눈동자미백술, 종아리퇴축술, 안면윤곽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유혹하는 각양각색의 신종 성형수술들이 난무하면서 그로 인한 폐해가 속출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성형수술을 했다가 부작용에 시달리거나, 아예 성형을 반대하는 '안티 성형주의자'로 돌아선 누리꾼들이 모인 카페도 여럿이다. 회원수가 1만 2,000명에 달하는 카페도 있다.

이런 카페들에는 "1년 전 광대수술을 받고 부작용으로 왼쪽 턱이 안 벌어져요. 통증과 부정확한 발음으로 고생하고 있어요", "압구정동에서 10개월 전에 브이라인턱을 했는데 앞니 2개가 흔들리고 치아 4개가 삐뚤어져서 음식을 못 씹게 됐네요" 등 성형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오른다.

한국소비자원에도 상담 사례가 해마다 늘고 있다. 소보원에 따르면 성형수술 관련 피해자 상담건수는 2009년 2,011건, 2010년 2,949건, 지난해 4,043건으로 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년 전부터 연예인들부터 시작해 유행이 되다시피 한 양악수술의 상담 건수는 2010년 29건, 2011년 48건이었으나, 올해 상반기에만 44건이나 접수되는 등 급증하는 추세이다. 양악수술은 위턱과 아래턱의 뼈를 잘라내 얼굴의 균형을 맞추는 치료 목적의 수술이지만, 얼굴이 작아진다는 유혹 때문에 인기가 많다.

문제는 성형수술을 했다가 생긴 부작용으로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을 동반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5일 전북 전주에 사는 대학생 A(23)씨는 양악수술 부작용으로 1년 넘게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수술 후 턱이 돌아가고, 눈물샘이 막혀 눈물이 하루 종일 계속 흐르는 등 부작용으로 힘들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지난해 2월에는 부산 기장군에서 B(30)씨가 안면비대칭 수술을 받고 부작용으로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었다.

성형수술을 받았다가 부작용이 생겨도 보상을 받기 쉽지 않다. 법무법인 서로의 서상수 변호사는 "성형 부작용으로 손해배상소송을 걸어도 보통 3년 정도가 걸리는 데다 승소해도 배상액이 크지 않아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같은 의사에게 재수술을 받았다가 또다시 잘못될까 두려워 병원에 재수술을 적극 요구하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일부는 다른 병원을 찾아 또 다시 돈을 들여 재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요즘의 성형수술은 전신마취가 필요한 위험한 수술이 많아 부작용이 생기면 후유증도 심각하다"며 "의사가 부작용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소비자는 이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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