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허리케인 샌디가 27일 카리브 해역을 통과하며 59명을 희생시킨 뒤 미 동부해안으로 접근 중이다. 29일 밤~30일 새벽 델라웨어주 해안에 상륙한 뒤 북상해 워싱턴과 뉴욕시를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샌디는 대형 폭풍우인 프랑켄스톰으로 발전, 지난해 150억달러의 피해를 입힌 허리케인 아이린보다 훨씬 강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미국 본토의 3분에 1에 해당하는 동부지역이 모두 영향권에 들어 있으며, 영향을 받는 주민도 5,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샌디는 강한 바람과 폭우를 동반해 피해지역에 단전과 홍수사태를 초래할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저지대에 속하는 맨해튼의 범람이 우려되면서 뉴욕증권거래소 등 금융기관들이 긴장하고 있으며, 뉴욕시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행중단을 검토 중이다. 뉴욕주를 비롯, 버지니아 메릴랜드 코네티컷 펜실베이니아 델라웨어 등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국토안보부, 연방재난관리청(FEMA),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 등과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연방 차원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허리케인 샌디는 열흘 남은 대선의 경합주 유세 일정과 조기투표에 영향을 미쳐 민주, 공화 양당에도 비상이 걸렸다.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28일 버지니아 유세를 취소하고 대신 오하이오에서 유세키로 했고, 오바마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29일 버지니아 공동유세와 30일 콜로라도 유세를 취소했다. 백악관은 샌디 처리에 소홀할 경우 선거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보고, 대선후보가 아닌 대통령으로서의 오바마 역할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국가재난에 책임감 있는 지도자 모습이 각인될 경우 허리케인 샌디는 오바마에 유권자 표심을 자극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샌디는 피해지역 조기투표에 직접 영향을 줘 오바마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투표는 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를 투표로 유인하는 효과가 있는데, 단전 등의 사태로 투표가 지연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샌디 피해 예상지역은 대부분 민주당 표밭이긴 하지만 버지니아 필라델피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경합주가 포함돼 있다. 현지 언론은 이런 샌디를 '미스터 엑스(X)'로 칭하며 대선의 돌출변수로 등장했다고 평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