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수석논설위원인 강동수(51) 부산작가회의 회장이 최근 소설 '제국익문사'(2010년·실천문학사)로 제29회 요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요산문학상은 '사하촌', '모래톱이야기' 등 부산을 배경으로 주옥같은 작품을 쓴 요산 김정한(1908~1996)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1984년 제정된 상이다. 강 회장을 만나 부산작가회의와 요산문학상 수상소감 및 앞으로의 작품활동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_부산작가회의는 어떤 모임인가
"부산에서 활동하는 시인, 소설가, 평론가 등 250여명으로 구성된 모임입니다. 작품 토론 등 자체 모임 외에도 매월 마지막 월요일 가마골소극장에서 '시민을 위한 문학콘서트'를 열고 있습니다. 또 계간지 '작가사회'도 발간하고 있습니다. 특히 침체에 빠진 지역 청년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문학위원회'를 만들어 활동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 중이며, 내년에는 '청년문학제'도 처음 마련할 생각입니다."
_요산문학상 수상소감과 수상작을 소개한다면
"예상치 못한 수상에 얼떨떨하며,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소설 제목인 '제국익문사'는 대한제국 때 활동했던 첩보기관입니다. 서울대 국사학과 이태진 교수의 논문을 읽고 존재를 알게 됐는데, 그 활동범위에 놀랐습니다. 국내 8대 개항장에 모두 첩보원을 보냈을 뿐 아니라 도쿄, 고베, 상하이 등지에도 주재원을 뒀다고 합니다. 중심인물인 우범선(우장춘 박사 아버지)은 실제 제국익문사가 파견한 첩자에게 살해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설에선 우범선이 당시 죽지 않고 조선공화정 혁명을 시도한다는 상상력을 가미했습니다."
_명성황후 시해사건에 가담했던 '우범선'에 주목한 이유는
"아버지는 매국노, 아들은 애국자라는 독특한 사연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우범선과 같은 당시 개화파들은 갑신정변을 일으킨 후 일본으로 망명했는데 그들 역시 조선의 부국강병을 꿈꿨던 건 사실입니다. 우범선이라는 인물을 통해 애국에서 출발했으나 결과적으로 매국으로 삶을 마감한 당대 지식인의 비극적 운명을 조명함으로써 분단이라는 아픈 상황을 이어가는 이 땅의 지식인에게 고민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_추구하는 작품세계와 차기 작품은
"선 굵은 사회적 소재를 다루길 좋아하며, 스토리가 선명한 작품을 쓰고자 합니다. 독자가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도록 문장은 정확하고 간결하면서도 품위 있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12월쯤 출판될 차기 작도 같은 맥락입니다. 고려시대 최충헌에게 반란을 일으킨 세 명의 승려를 통해 예술과 진리,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_언론인과 소설가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기자는 '사실 추구', 작가는 '상상력 발현'이 가장 중요한데, 가끔 두 가치가 충돌해 글을 쓸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문기사 특유의 문체로 소설을 쓰고 있는 자신을 가끔 발견할 때도 있었죠. 취재를 갔다가 태풍 때문에 섬에 갇혔던 일이나 교도소 취재 일화 등 사회부 기자 때 경험을 유용하게 소설에 녹인 경우도 있습니다. 기자로 25년, 작가로 19년을 보냈는데 제겐 두 일 모두 소중합니다. 더 많은 작품을 쓰고 싶어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논설위원 자리를 요청했는데 회사에서 배려해줘 3년간 작업 끝에 '제국익문사'도 쓸 수 있었습니다."
◆ 강동수 회장은 누구
마산고, 서울대 독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국제신문에 입사한 뒤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몽유시인을 위한 변명', '제국익문사', '금발의 제니' 등 저서를 펴냈다. 봉생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허균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지난 2월부터 부산작가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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