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1.6%, 2분기 대비 0.2% 증가한 충격적 수준으로 나오자 전반적 불안감이 다시 감돌고 있다. 여기에 3분기 기업실적 부진, 환율 하락,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지난주 코스피지수까지 다시 1,900선 아래로 가라앉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가 9월부터는 개선돼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했지만, L자형 장기불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3분기 성장률은 당초 한국은행 전망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경기가 예상보다 나빠진 상황을 확인한 것이다. 무엇보다 설비투자 급감이 경기급락의 주요인이었다. 올 1분기에 10.3% 증가한 설비투자는 2분기에 마이너스 7%로 급감했고, 3분기에 또 다시 마이너스 4.3%를 기록했다. 한은은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로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글로벌 경기가 풀리면 지금의 불황은 기업투자 등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며 반등세를 탈 수 있다. 이미 미국의 경기호전 조짐도 있고, 수출입이 늘어날 기미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직시해야 할 점은 조선과 철강 등 우리 산업의 중추에 몰아치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구조적 어려움이다. 이미 국내 조선사의 수주량은 9월 현재 전년 대비 58.6%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나온 바다.
현장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경남 거제ㆍ통영 일대에서 불야성을 이뤘던 중소 조선업체 가운데 이미 상당수가 문을 닫았고, 썰렁한 도크엔 녹슨 크레인만 잔해처럼 남은 상태다. 포스코 역시 당초 8조9,000억원이었던 올해 초 투자계획에서 5,000억원을 줄이고 사활을 건 구조조정에 돌입한 형편이다. 철강이나 조선이 경기와 환율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산업이라고 해도, 최근의 어려움은 우리 경제에 닥친 구조적 한계를 상징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직면한 도전이 구조적 저성장이라면, 대선 후보들도 이젠 보다 구체적이고 현장감 있는 극복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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