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의 발사가 연기됐지만 우주강국의 꿈은 결코 멈출 수 없다. 선진국도 실패하지 않고 바로 성공한 예가 드물다. 외려 졸속 추진을 경계해야 한다.
내달 중순 이후로 예상되는 나로호 3차 발사의 성패에 관계 없이 정부는 2021년까지 엔진 개발부터 전체 발사체 조립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이뤄진 한국형 발사체 KSLV-2를 발사할 계획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28일 "만일 이번에도 나로호 발사가 실패해도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위한 하나의 디딤돌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우주 발사체의 개발ㆍ생산ㆍ발사 능력을 갖춘 나라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의 9개국 뿐이다.
2021년 100% 국산 KSLV-2 쏘아 올려
정부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올려 놓는 순수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이미 돌입했다. 2010년 "우리 땅에서 우리가 만든 인공위성을 한국형 발사체에 실어 발사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국가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에 따라 2010년부터 2021년까지 1조 5,449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합작으로 개발한 2단형인 KSLV-1과 달리, KSLV-2는 엔진 개발부터 전체 발사체 조립까지 100% 국내 기술로만 이뤄지는 3단형 우주 발사체다. 총 중량 200톤에 총 길이 45m, 지름 3.3m로 75톤급 액체엔진 4기를 묶은 1단과 75톤급 액체엔진 1기로 이뤄지는 2단, 7톤급 액체엔진 1기로 이뤄진 3단으로 구성된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의 1단계로 2014년까지 3단용 7톤급 액체엔진 개발에 주력하는 한편 시험 시설을 구축한다. 2단계인 2018년까지는 강력한 추진력을 낼 수 있는 2단의 75톤급 기본엔진을 완성해 같은 해 12월 이 엔진으로만 시험 발사에 나선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75톤급 기본엔진 4기를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개발해 2021년 KSLV-2를 우주로 쏘아 올릴 계획이다. KSLV-2 개발과 발사에 성공한다면 2023년 실용위성 발사를 거쳐, 2025년 달 탐사위성을 쏘겠다는 로드맵도 그려 놓았다.
박태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개발사업단장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위해 지난 6월 30톤급 액체엔진 개발을 통해 습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 75톤급 프로토타입 액체엔진 1기의 조립을 마쳤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형 발사체 엔진 국산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 226가지 가운데 20여가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술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교과부 관계자도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비 우주 발사체 기술을 60~70%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며 "KSLV-2는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드는 첫 우주 발사체"라고 설명했다.
2조 955억원 생산 유발 효과
우주 발사체 사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 분야로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크다. 2009년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은 2조 955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조 3,567억원의 부가가치 효과, 2만 6,834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아폴로 달 착륙 프로젝트에서 나온 3,000여건의 특허 가운데 1,300건이 민간에서 쓰이고 있다.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HDTV, 성에가 끼지 않는 스키 고글, 역삼투압 정수기, 태양전지, 차량용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등은 우주기술의 확산물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많은 과학적 발견물들은 우주 개발과 관련이 깊다"며 "우주 개발은 재해재난, 국토 관리 등 삶의 질적 수준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전략 기술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우선 인공위성 기술 분야는 실용위성 발사와 위성영상 활용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10기의 인공위성을 발사했으며, 현재의 위성 수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수명이 10~15년인 정지궤도위성은 5~7년에 1대, 수명이 3~5년인 저궤도위성은 3~5년마다 4기씩 교체해야 한다.
위성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 기술로 만든 위성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향후 정부의 목표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위성 기술은 본체 분야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전자광학 카메라와 전천후 레이더 시스템 등 위성 탑재체 기술과 액체엔진 기술은 취약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우주산업의 전세계 시장 규모는 2,898억 달러(2011년 기준)에 달하고 전년 대비 12.2%, 연평균 7% 이상씩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우주기기 제작, 위성통신방송 등 우주산업 매출액은 7,960억원으로 세계 시장의 0.4%(2010년 기준)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교과부 관계자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에 1조 5,400억원을 투자한다지만 사업 3년째인 지금 예산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며 "원활한 사업을 위해 충분한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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