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팀 모두 평정심을 잃었다.
선수들도 선수들이지만 벤치의 투수 교체 타이밍이 성급했다. 아무리 한국시리즈라고 하지만 '선발 투수에게 최소 4, 5회까지 2, 3실점은 허용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맡겼어야 했다.
SK는 3회에 부시를 교체했다. 번트 수비 실수로 흔들렸지만 부시는 구위나,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에서 괜찮아 보였다. 1-0으로 앞선 상황이라 그랬는지 몰라도 너무 빠른 교체가 아니었나 싶다.
어차피 오늘 경기는 4, 5점 이상 나야 승리하는 경기였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3회초에 6점을 얻은 뒤 배영수가 3회말 3안타로 2실점하자 차우찬과 심창민을 잇따라 올렸다. 이들이 삼성의 한국시리즈 필승 카드로 쓰인다는 점은 익히 들었지만 성급한 결정이었다.
두 팀 선수들도 기본기를 상실한 번트 수비 실수를 했다. 역시 평정심을 잃었기 때문이다. 아쉬웠던 수비 중에서도 6회말 삼성이 보여준 박재상 타구 수비가 결정적이었다. SK가 6-7로 따라 붙고 무사 1ㆍ2루에서 박재상은 번트 자세를 취하다가 원스트라이크 투볼에서 슬러시로 바꿨다. 투수 안지만의 정면으로 가는 땅볼이었다. 생각할 것도 없이 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를 했어야 한다. 안지만이 3루를 쳐다 봤다가 2루로 던지는 사이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1루 주자까지 살려주고 말았다. 3루수 박석민이 번트 수비를 위해 압박 수비를 했다가 돌아가야 했기에 3루 주자는 잡기 어려웠다. 이는 사전에 포수와 투수 간에 약속이 돼 있어야 한다. 즉 상대가 슬러시로 바꿔 내야 땅볼이 나올 경우엔 뒤돌아볼 것 없이 2루로 송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은 빨리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성급한 마음이, SK는 지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경기력에 악영향을 준 3차전이었다. 그래도 SK의 타선 폭발은 향후 시리즈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서정환 전 KIA·삼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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