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가족이 3조원대 자산을 축적했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대해 원 총리 측이 이를 부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고위 지도부가 외국 언론 보도에 대해 반박성명을 낸 것은 처음이다. 또 중국 당국은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
원 총리 일가는 27일 변호사들을 통해 발표는 성명에서 “NYT가 보도한 원 총리 일가의 ‘숨겨진 부(富)’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 총리는 가족의 사업 활동에 어떤 역할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원 총리의 어머니가 1억2,000만달러(1,300억원) 규모의 중국 핑안(平安)보험 주식을 갖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원 총리 어머니는) 월급과 연금 외 다른 수입이나 재산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성명에는 원 총리 가족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원 총리의 가족은 어떤 불법적인 사업 행위도 하지 않았으며 어떤 회사 주식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분석가들은 반박 성명에 대해 “(원 총리가) ‘인민의 총리’ ‘원자바오 할아버지’등의 이미지를 고수하고 싶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미국에 있는 중문뉴스사이트 명경신문망(明鏡新聞網)은 보도가 나가기 전 장예쑤이(張業遂) 주미 중국대사가 직접 NYT 본사를 찾아가 보도를 중단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사이트는 NYT가 원 총리 일가 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원 총리 일가와 중국 정부에게 관련 문제에 대한 답변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차기 중국 지도부가 결정되는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11월 8일)가 코앞에 다가온 미묘한 시점에서 총리 일가의 재산 추문 기사가 나오자 중국 당국은 검열 수위를 높이고 있다. 25일 NYT가 원 총리 일가 재산에 대한 기사를 공개하자마자 NYT의 영어판과 중문판 홈페이지 접속이 차단된 데 이어 해당 기사를 인용한 BBC방송 등 해외 주요 언론의 홈페이지 접속에도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百度)에서도 NYT, 원자바오 등을 입력하면 해당 기사가 나타나지 않는다. 또 중문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는 원자바오, 총리, NYT 등 관련 단어가 모조리 검색 금지어로 지정됐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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