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에서 다문화 가정 자녀를 배려하는 제도가 있나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위한 별도의 교육기관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26일 오후 충북 청원군 남일면 청원다문화센터 2층 강의실. 다문화 이주 여성들이 한국의 교육ㆍ입시제도를 설명하는 강사에게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다.
"우리나라 특성화 고교나 대학에서는 어디든 10%~20%까지 사회적 배려 대상자라는 전형으로 다문화 가정 자녀를 우대합니다. 이 제도를 잘 활용하면 입시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강사의 상세한 답변이 이어지자 이주 여성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여고생 딸이 간호대 진학을 원한다는 와타나베 다쿠야(46)씨는 "대입 수시 전형에 다문화 자녀 배려 조항이 있는 줄 몰랐다"며 "각 대학의 전형을 잘 살펴보고 준비해야겠다"고 했다.
1시간 30분 동안 질의와 응답이 뜨겁게 이어진 이날 강의는 청주 청남경찰서가 결혼 이주여성을 위해 마련한 '다문화이주민 생활제도 교실'.
청남서는 다문화와 관련한 사건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주 여성의 자립을 위해서는 법률과 교육ㆍ행정 등 제도적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기존의 언어와 풍속ㆍ문화에 중점을 둔 교육만으로는 이주 여성이 가정의 중추적 역할을 맡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다문화 여성에게 실생활에서 가장 요긴한 사항을 파악한 청남서는 청원다문화센터의 협조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 9월 11일 첫 강의에 들어갔다.
매주 한 차례 여는 교실은 법률, 행정, 교육, 치안 등 네 과목을 돌아가면서 진행한다. 이주 여성의 정착을 돕겠다고 '재능 기부'에 나선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했다.
생활법률 분야는 양진환(51)법무사, 일반 행정은 세종시에 근무하는 안병철(45ㆍ행정 6급)주무관, 교육제도는 입시전문가인 민현기(46)정진교육문화원장이 각각 맡았다. 치안 분야는 청남서 안길수(47ㆍ정보보안과 보안계)경위가 수사과, 생활안전과, 민원실 등의 협조를 받아 진행하고 있다.
강의 내용은 이주 여성이 꼭 알아야 할 법률제도와 지식, 활용방안을 중심으로 꾸렸다. 법률 분야에선 이주자의 토지 소유방법, 남편 사망시 재산보존법, 민사상 거래, 자녀들의 이중국적 표기법 등을 교육한다. 행정은 주민등록등초본, 인감 등 갖가지 증명서류의 이용법과 사회복지 관련 지원책 등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강사들은 교육생의 '멘토'를 자처해 평상시에도 휴대전화나 이메일로 고민거리를 상담해준다.
필리핀에서 시집 온 미첼 가부요(36)씨는 "아이 교육부터 재산 문제까지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다"고 귀띔했다.
교육 내용이 알찬 것으로 소문나면서 이 교실은 매회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청남서 관할이 아닌 청원군 내수읍과 오창읍, 진천군 쪽에서 출장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청남경찰서 이찬규 서장은 "이주 여성들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식 생활제도 교육이 다문화 가정의 자립심을 키우고 향후 야기될 수 있는 사회적 부담감도 최소화하는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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