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단지로 이직하게 되었을 때 앞서 터 내린 자들 왈, 다른 건 몰라도 몸이 건강해질 여지는 두루 있다고들 했다. 그중에 하나가 오르내리기 좋은 산과 그 코스였는데 얼마나 게으른지 지금껏 그 문턱까지 가보지 않은 나다.
그러면서 그 근방에 소문난 음식점은 두루 섭렵을 마친 뒤니 나는 살기 위해 먹는 자일까, 먹기 위해 사는 자일까 생각하던 차에 파주로 이사 온 한 소설가 선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산에 안 갈래? 난 요즘 매일 다닌다. 얼마나 걸었는지 알려주는 어플도 다운 받아서 기록 중인데 역시 인간은 걸어야겠더라. 나 이참에 등산 용품 완전 구비했잖니. 아, 구비! 두루뭉수리하게 갈 것처럼 얘기를 하고 옷장을 열었다.
그 흔한 바람막이 점퍼 하나 없는 것도 그렇거니와 한 켤레밖에 없는 등산화도 엄마에게 준 기억이 뒤늦게 떠올라 순간 발 동동 구르던 차에 산 근처에 위치한 명품 아울렛 매장 생각이 났다. 필요에 의해 없는 물건 사는 거니까 이건 과소비가 아닐 거야, 나름 명분을 앞세워 길을 나섰는데 이 긴긴 차량 행렬은 뭐라니. 등산 아니면 쇼핑으로 코스를 나누어 길게 줄을 선 사람들, 갈 곳 세고 셌다지만 막상 길 떠나면 돌아올 걱정에 빤한 데로 몰릴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슬픈 주말여행…
그나저나 아웃도어 제품들 왜 이리 비싸담. 결국 산 따라가기는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뤘다. 산 두 번만 갔다가는 카드 한도 초과 일도 아닐 듯하여.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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