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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노루가 유해동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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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노루가 유해동물이라고?

입력
2012.10.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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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라산의 명물인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포획을 허용하는 조례안이 추진된다.

야생 노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줘 개체수 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환경수도를 지향하는 제주도가 제주와 한라산을 상징하는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해 포획을 합법화하는 것은 앞뒤가 틀린 몰가치적인 행태라는 비판도 있어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28일 제주도의회에 따르면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포획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주특별자치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조례안'을 마련, 최근 입법 예고했다. 도의회는 다음달 2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조례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현재 유해야생동물은 환경부령으로 지정돼 있다. 노루는 제주에 주로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보호 가치가 높은 보호야생동물이어서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더라도 포획할 수 없었다. 현재 관련법에는 참새와 까치, 어치, 까마귀, 멧비둘기, 고라니, 멧돼지 등이 유해동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제주도특별법이 개정되면서 관련 사무가 제주도로 이양돼 제주도지사가 지정할 수 있게 됐다.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면 적정 개체 수 유지를 위해 포획이 가능하게 된다. 조례안은 2년마다 노루 서식밀도를 조사해 이를 토대로 제주도지사가 포획할 수 있는 기간과 수렵 방법 등을 정하도록 했다.

한때 상서로운 동물로 대접받았던 제주 노루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멸종 위기에 놓일 정도로 좀처럼 보기 힘들었지만 환경보호단체의 밀렵감시와 겨울철 먹이주기 운동 등 다각적인 보호활동이 이뤄지면서 개체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제주의 상징동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해발 600m고지 이하에서 관측된 노루의 개체 수는 모두 1만7,700여마리로, 한라산 고지대에 서식하는 노루를 감안할 경우 2만~2만1,000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2009년 1만2,880마리였던 것에 비해 2년새 7,000~8,000마리가 급증했다.

그러나 노루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노루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2010년 218농가 6억600만원, 2011년 275농가 13억6,200만원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는 9월 현재 154농가 5억4,100만원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주로 중산간지역의 더덕과 고구마, 콩, 팥, 배추 재배농가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농민들은 농작물 피해를 주는 노루를 인위적인 방법으로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며 제주도 등에 요구해 왔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현재 보호정책을 상당 부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 환경수도를 지향하는 제주도가 한라산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고유종으로 보호가치가 높은 노루를 야생유해동물로 지정해 포획을 허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한라산에 노루들이 먹지 않는 조릿대가 확산하면서 먹이부족으로 중산간에 내려오고 있다"며 "포획을 허용하는 법 제정에 앞서 획기적인 근본대책 마련과 공감대 형성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야생동물 보호를 주장하는 환경단체와 노루 포획을 주장하는 농민들 사이의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의회와 제주도는 이번 조례 제정을 통해 노루를 포획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내년부터 적정한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있는 대책 마련해 적극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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