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소스로 쓰이는 춘장의 업계 1위 브랜드로 꼽히는 '사자표 춘장'을 생산하는 ㈜영화식품의 주식을 둘러싼 부자(父子) 간 소송이 아버지 왕수안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 됐다. 법원은 자식들이 보유한 ㈜영화식품 지분의 실 소유주는 왕 회장이라고 판단했다.
대만인인 고 왕송산 회장은 1948년 한국으로 건너와 '용화장유'라는 상호로 사자표 춘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업이 번창하자 왕송산 회장은 1964년 서울 문래동에 '영화장유공장'을 차린 뒤, 아들 왕수안 회장에게 이를 물려줬다.
이후'사자표 춘장'이 중식 업계에서 대표 춘장으로 자리잡고 수백억대 매출을 올리게 되자 왕수안 회장은 큰아들인 학보씨에게 주식회사를 만들 것을 지시, 2003년 3월 ㈜영화식품을 설립했다. 이 회사에 학보씨와 동생 학의씨는 각각 대표이사와 이사로 등재됐다. 또 두 사람은 같은 해 11월 16억원 상당의 신주를 발행해 전체 주식의 27%와 36%를 각각 보유했다.
하지만 왕 회장은 주식회사 설립 한해 전인 2002년 1월 학보씨가 세운 개인사업체 '영화식품'에 '영화장유공장'의 기계설비 및 거래처 등을 넘긴 상태였다. ㈜영화식품은 2006년에야 장남이 운영하던 개인사업체의 영업 전체를 넘겨받았다. 왕 회장이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아들 명의로 지분을 차명 보유한 것은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왕 회장과 두 아들이 경영권을 놓고 불협화음을 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왕 회장은 2010년 두 아들 명의로 돼 있는 ㈜영화식품의 주식 17만3,900여주(주당 5,000원)를 돌려받기 위한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 지상목)는 28일 "왕 회장이 학보씨에게 실제로 증여했던 3만6,000여주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왕 회장 소유"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학보씨가 2002년 설립했던 개인사업체 '영화식품'은 왕 회장의 '영화장유공장'을 주식회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세금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고, 법인화 과정 또한 왕 회장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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