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장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후관련 협약은 자칫 선진국들이나 주도하는 의제로 간주되기 쉽다. 상황타개를 위한 돌파구 모색이 절실한데 관련 노력의 타당성이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유엔의 신설 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기초한 미래지향적 해법이다.
이미 현 글로벌 금융체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탱하는데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신성장동력의 발굴과 투자는 답보상태인데다 미래의 시계확보를 위한 공공재의 공급은 요원하다. 위기 이후의 생존에만 급급한 나머지 대부분의 국가들은 미래의 재원마저 소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더욱 분명해지고 있는 사실은 미래의 성장이 주변과 공동체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제 뒤늦게 나마 현재의 난국타개와 미래를 위한 대응방향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세계가 필요로 하는 강력한 미래성장 동력이 지속적으로 개발되려면 GCF와 같은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글로벌 차원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주변과 미래를 생각하는 금융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GCF는 난국극복을 위한 글로벌 해법과 미래지속성장의 동력확보차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즉, 새로운 시도를 글로벌 차원에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 신호인 동시에 우리나라로서는 미래변화의 주역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주변국가로 분류되는 우리나라에 미래의 가장 중요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역량이 총 집결된 것이다.
첫째, 우리나라로서는 낙후된 금융의 발전을 획기적으로 도모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했다. GCF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역내의 시장기반과 새로운 금융기법은 물론 모든 분야의 최고역량이 집결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국제기구의 역할수행을 위한 기능확충과정에서 우리의 금융역량은 배가될 수 있다.
또한 미래지향적으로 각종 감독관련 법체계 등 제도정비에 관한 가이드라인 설정에도 보다 적극적 역할이 가능하다.
둘째, 역내차원에서 보면 GCF의 유치는 다양한 경쟁요소를 확보하게 되는 균형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현 경제패러다임의 구조적 한계를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해결해 나가면서 고령화 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일회성이 아니라 오랜 기간을 두고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자극제는 인적자원 위주로 구성된 역내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셋째,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착을 통해 제로섬이 아닌 파이를 키우는 경제민주화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모두가 납득할 민주화를 위해서는 기존 참여자들에 대한 시정적 판단기준 적용대신 원활한 시장작동이 가능하도록 인센티브차원의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새롭고 공정한 시장참여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진정한 경제민주화이다. 환경과 주변을 고려한 사회적 기업의 육성이나 공공재의 공급의 중요성도 절감하게 될 것이다.
이번 GCF의 인천 송도 유치는 인식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이다. 미래와 주변을 생각하는 성장기반에 대한 투자와 금융의 역할제고를 위해 기업평가, 회계, 세제, 공정거래, 지적재산권 등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필요하다. GCF 사무국 유치를 계기로 본질적으로 변모하게 될 우리나라와 세계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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