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상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독보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인 케이블 Mnet'슈퍼스타K 4'의 세 번째 생방송 경연이 열린 26일 밤 12시가 지난 시각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 마지막 합격자가 공개되자 객석엔 탄성이 울려 퍼졌다. 빛과 소금의 '오래된 친구'를 부른 허니지(배재현 박지용 권태현)와 이적의 '같이 걸을까'를 연주한 딕펑스가 훌륭한 무대를 선보이고도 동반 탈락한 것이다. 심사위원 점수에서 딕펑스는 277점, 허니지는 272점을 받아 이날 가장 저조한 점수(259점)를 얻은 정준영을 크게 앞섰기 때문에 두 팀의 탈락은 예상 밖이었다.
심사위원들이 탈락자를 구제해 주는 제도인 '슈퍼세이브'를 통해 딕펑스는 다음 경연에 나갈 수 있게 됐지만 허니지는 더 이상 '슈퍼스타K'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 특히 정준영은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부르며 고음역에서 불안한 음정과 부족한 가창력을 고스란히 드러내 세 심사위원인 이승철 윤미래 윤건에게 혹평을 받은 터였기 때문에 방송이 끝난 뒤 '슈퍼스타K 4'는 외모 인기 투표냐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뚜렷한 실력 차이에도 어이없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건 시청자 문자투표(60%)와 인터넷 사전 투표(10%)가 70%에 이를 만큼 팬들의 입김이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점수도 1위(김정환 279점)와 6위(허니지 272점)의 차이가 7점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변별력이 없다.
'슈퍼스타K'가 패자부활 제도를 쓰는 방식으로 인위적인 반전의 드라마를 쓰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시즌 2의 강승윤이 대표적인 예다. 이번 시즌에도 제작진은 '올해는 패자부활전이 없다'는 규정을 깨고 정준영 유승우 홍대광 등을 탈락시킨 뒤 다시 합격시켰다.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정준영과 로이킴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여느 아이돌 가수 이상이었다. 생방송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경희대 평화의 전당 앞은 10~20대 관객들로 긴 줄을 이뤘다. 정준영의 합격이 발표될 때는 희비가 교차하는 소리로 묘한 기운이 형성되기도 했다.
'슈퍼스타K 4' 26일 방송분은 8.7%(AGB닐슨리서치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즌 3가 8.5%로 시작해 13.9%로 끝난 데 비해 다소 하락한 수치이지만, 지상파 3사를 포함해 10주째 동시간대 시청률 1위는 물론, 비슷한 형식의 MBC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2'의 지난주 시청률(3.8%)에 비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출연자들의 실력이 떨어지고 개성이 다양하지 못해 경쟁의 긴장감과 음악적 재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뜻밖의 변수에 제작진도 프로그램 포맷 변경을 고려 중이다. '슈퍼스타K' 시즌 1부터 제작을 총괄해 온 김기웅 CP는 "문자투표에 문제점이 있다는 건 내부적으로도 공감하고 있어서 다음 시즌에는 점수 집계 제도나 형식 등 많은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슈퍼스타K 4'의 결승전은 11월 23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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