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나로호(KSLV-I)의 발목을 잡은 것은 작은 고무 링이었다. 로켓 최하단과 발사대를 연결하는 부위(연결포트 CD-2)에서 연료(등유)나 헬륨을 주입할 때 기체가 새는 것을 밀봉하기 위해 사용되는 여러 실(seal) 가운데 하나이다. 우주선을 구성하는 10만여 개의 부품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고무 링 하나가 로켓 발사를 막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고무 링은 1986년 일어난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대폭발의 원인이기도 했다. 우주비행사 7명과 수십만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민간인 6명 등 13명을 태운 챌린저호는 발사 73초만에 공중에서 대폭발했다. 미국의 25번째 우주왕복선이고 챌린저호는 10번째 우주비행이었다.
챌린저호 폭발사고를 조사한 미국 대통령 직속 조사위원회는 "챌린저호 양쪽에 하나씩 붙어 있는 고체연료 추진기(부스터)의 고무 오링(O-ring)이 연료 점화와 함께 타 버렸고, 이때 고온 가스가 중앙 외부연료통과 부스터의 연결 부위를 파손시키면서 두 부분이 부딪혀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압축고무로 만들어진 오링은 고체연료 추진기를 이루는 4개 부위를 조립할 때 결합 부위에 사용됐는데 고온·고압의 가스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이번 나로호에서 문제가 된 링 모양의 고무 실과 모양이나 역할이 같은 셈이다.
이 고무 오링은 고체연료 추진기의 온도가 높아지면 함께 늘어나야 하지만 발사 당시 낮은 기온 때문에 적절한 팽창을 위한 탄력을 잃고 결국 타 버렸다. 당시 발사 전날 회의에서 일부 연구진이 영상 12도 이하에서 고무 오링의 문제점을 제기했으나, 항공우주국(NASA)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발사를 강행한 것이다. 발사 당일 기온은 영하 2도였다.
나로호 개발에 참여한 러시아와 한국 기술진은 문제의 고무 실에 대한 정밀 조사에 들어갔으며 고무 실을 제작했던 러시아로 보내기로 했다. 또 양국 기술진은 실 파손 때문에 연결 포트 사이에 틈이 발생했는지 아니면 틈이 먼저 생겨 실이 파손됐는지 추가 분석을 통해 전후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로 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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