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악한 가짜 판결문을 만든 뒤,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3년 전 확정 판결 결과를 바꾸려고 시도한 간 큰 남성이 재판부에 적발돼 고발당할 처지에 놓였다.
자영업자 채모(63)씨는 2009년 2월 서울 동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내 "부가가치세 1억6,000여만원 중 1억3,000여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원고 일부승소 확정 판결을 받고 3,000여만원 가량의 세금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채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금을 더 돌려받기 위해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하는 무리수를 뒀다.
채씨는 "당시 법원 민원실 직원을 통해 내가 직접 수령한 판결문과 내 법률 대리인에게 송달된 판결문의 주문(主文)이 다르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고 판결문의 주문 부분을 조작한 가짜 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했다. 채씨가 낸 판결문의 주문은 "1억6,000여만원 중 3,600여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한다"는 것. 이 주문에 따르면 채씨는 세무서로부터 돌려받아야 할 1억2,400여만원 중 3,000만원만 돌려받은 것이 된다.
재심 청구 소송에 대한 심리와 함께 본격적인 증거조사가 시작되자 금세 조작 사실이 들통이 났다. 채씨가 내놓은 가짜 판결문은 판사들이 워드프로세서에서 쓰는 서체로 돼 있지 않아 한 눈에 가짜 티가 났고, 띄어쓰기나 들여쓰기 등 맞춤법 오류가 35건이나 되는 등 기본적 양식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재판부가 이를 바탕으로 판결문 위조 사실을 추궁했지만 채씨는 반성하기는커녕 "채씨에게 판결문을 주지 않았다"고 증언한 민원실 직원을 위증죄로 고소하고, 법원 기자실을 찾아와 기자들을 상대로 가짜 판결문을 진짜인 양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재심 소송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이인형)는 "이 사건의 재심 소송은 부적법하다"며 채씨의 청구를 각하했다고 28일 밝혔다. 법원 측은 조만간 채씨를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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