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이모(47)씨는 2007년 7월 한 인터넷 애인대행 사이트를 통해 김모(31∙여)씨를 만나 1년 여간 '금지된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이 사랑은 오래가지 않았다. 김씨는 이듬해 12월 "가족들이 우리 관계를 알게 돼 가출했다"며 이씨에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이씨의 삶은 악몽으로 변해갔다.
김씨는 발신자 표시제한 전화로 일본에 있는 것처럼 꾸며 이씨에게 병원비, 생활비 등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매일 수십 통씩 전화를 걸었고, 휴대폰을 받지 않을 때에는 직장으로 직접 전화를 걸기도 했다. 김씨의 집요한 요구와 협박에 이씨가 건넨 돈은 418차례 5억3,100만원. 한번에 무려 1,000만원까지 보낸 경우도 있었다. 이씨는 아파트를 담보로 1억 6,000만원을 빌린 것도 모자라 카드론 등을 통해 연 39%에 이르는 고금리 대출까지 받았다. 이 과정에 이씨는 2010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김씨로부터 무려 1,400건의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이씨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에서 "김씨와의 관계가 알려지면 모든 게 끝날 것 같은 걱정에 돈을 주기 시작했다, 가정과 직장을 잃어버릴까 버텨왔지만 이 모두를 지키지 못할 것 같아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씨에게는 아내와 두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지법 제4형사부(부장 권순호)는 26일 공갈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창원=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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