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이게 2010년 6월의 데자뷰는 아니겠죠?"
26일 오전 11시 10분쯤 전남 고흥군 영남면 고흥우주발사전망대. 나로호 3차 발사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정원영(44ㆍ전남 화순군)씨는 발사가 연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마치 2년 전의 재방송을 보는 것 같다"며 "이번에도 발사 연기가 결국 발사 실패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이날 나로호 발사 성공을 기원하며 '우주도시' 고흥반도를 찾았던 관람객들은 나로호 발사 연기에 대한 실망감보다는 불안감이 더 컸다. 2년 전 나로호 2차 발사 당시의 묘한 데자뷰 현상을 경험한 탓이었다. 나로호는 2010년 6월9일 한 차례 발사가 연기됐다가 이튿날 우주로 쏘아 올려졌으나 결국 137초 만에 발사 실패로 끝났다.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16㎞ 떨어진 영남면 남열해돋이해수욕장에서 만난 문형태(63ㆍ서울 강서구)씨는 "이번엔 꼭 발사에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하더니 이게 뭐냐"며 "이번 발사 연기가 불길한 전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영창(51ㆍ강원 원주시)씨는 "역사적인 장면을 보려고 휴가까지 내고 가족들과 함께 먼 길을 왔는데 발사가 연기돼 너무 허탈하다"며 "2년 전 발사 실패의 기억이 자꾸 떠오르기도 하지만 철저히 준비해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바다 위에서는 관람객들의 탄식이 쏟아졌다. 이날 나로호 발사 연기에도 불구하고 관광객 50여명을 태우고 나로우주센터 발사대 인근 해상까지 갔던 여수시 거북선유람선 선장 김생수(64)씨는 "우주강국의 대열에 들어서는 게 이렇게 힘든 것이냐"며 "빠른 시일 내에 바다에서도 나로호가 솟구치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트위터 아이디 '@ann****'은 "나로호 주입장치 이상. 연료가 샌다네요. 이번엔 성공을 해야 할텐데. 너무 아슬아슬하다"라는 글을 남겼고, 아이디 '@woo****'는 "또 1단이 문제다. 나로호는 결국 우주체 발사 경험이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 로켓을 우리 돈으로 실험해주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위성 운용을 맡은 대전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센터에서는 24명의 연구원이 나로과학위성과 교신을 위해 비상 대기 중이었다. 발사 중지 소식을 전해 들은 연구원들은 "오전에 위성 교신 장비 등에 대한 최종 점검을 마쳤는데 당황스럽다"며 허탈해 했다.
고흥=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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