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26일 14~17대 대선 결과를 분석한 결과 248개 시∙군∙구(17대 대선 기준) 중 41곳에서 20년 동안 '해당 지역 승자= 대선 승자'라는 등식이 성립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 표심이 전국 민심 풍향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표준(스탠더드) 선거구'인 셈이다. 특정 정당의 '텃밭'과는 거리가 있는 이들 지역은 대체로 소득수준 등에서도 전국 유권자 평균에 가까운 만큼 이번에도 이들 지역의 선택이 대선 승리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광역자치단체에서는 경기, 인천, 대전, 충남, 충북, 제주 등 6곳에서 우위를 차지한 대선 후보가 20년 동안 예외 없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특히 충청권은 대선마다 여야를 넘나들며 당선자를 정확히 맞춰냈다. 충청권 기초단체 34곳 중 절반이 넘는 18곳이 20년 간 적중률100%를 과시할 정도였다. 14대 대선 때 대전에서 28.7%에 그쳐 낙선했던 김대중 후보는 5년 뒤 대선에서는 같은 지역에서 45.0%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당선됐다.
물론 충청권도 정주영(14대) 이인제(15대) 이회창(17대) 후보 등 제3후보가 등장할 경우엔 이들 후보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전국 득표율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제주의 경우 최근 두 차례 대선에서 현재의 야권 후보 득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6~8%포인트 높아지긴 했지만 대선 승자를 적중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충청권의 '예지력'은 돋보였다. 특히 대전의 경우 5개 기초단체 모두 네 차례 대선 승자를 지역 지지율 1위로 뽑았다. 충북도 13곳 중 절반이 넘는 7곳(청주흥덕, 청주 상당, 충주, 청원, 옥천, 음성, 괴산)이 해당됐고, 충남 16곳 중에서도 6곳(천안, 아산, 금산, 태안, 당진, 서산)이 지역 1위 후보와 대선 승자가 정확히 일치했다.
수도권 79개 기초단체 중에서도 22곳에서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서울(25개 자치구)의 경우 중랑구, 노원구, 은평구, 강동구, 구로구 등 5곳의 승자가 대통령 당선자가 됐다. 경기도에서는 44개 기초단체 중 15곳(수원 권선, 수원 장안, 안양 만안, 안양 동안, 평택, 의왕, 시흥, 구리, 남양주, 오산, 화성, 고양 덕양, 하남, 안성, 광주)이, 인천의 10개 기초단체 중에는 남동구와 서구 2곳이 표준 선거구에 포함됐다. 제주에서는 제주시가 해당됐으며, 영호남과 강원에서는 표준 선거구가 전무했다.
특히 수도권 일부 '표준 선거구'는 4차례 대선 승자를 맞춘 것은 물론 득표율마저 전국 평균 득표율과 거의 일치해 '족집게 선거구'로 불릴 만했다. 경기 수원과 안양이 대표적이다. 수원 권선구의 경우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48.5%, 정동영 후보 23.4%, 이회창 후보 16.2%로 전국 득표율(이명박 후보 48.7% 정 후보 26.1% 이회창 후보 15.1%)과 거의 비슷했다. 수원 장안구도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48.6%, 정동영 후보 22.9%, 이회창 후보 15.9%였다. 안양 동안구의 경우는 15,16대 대선에서 내리 각 1,2위 후보 득표율이 전국 득표율에서 불과 0.03%~2.12%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고 안양 만안구도 비슷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수도권의 '표준 선거구'는 대체로 특정 지역 원적지를 가진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연령, 학력, 소득 등의 지표에서 전국 유권자 평균치에 가깝기 때문"이라며 "충청권의 경우 '될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수도권 인구 유입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