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좁혀서 중요 시설을 여러 층으로 나누는 건 말도 안 된다. 신선도가 생명인 수산시장에서 활어 보관장이나 경매, 판매장은 무조건 1층에 있어야 합니다."
수협 중앙회가 추진하고 있는 국내 최대 수산물시장인 노량진 수산시장의 시설 현대화 사업을 두고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장 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시작한 노량진 수산 시장의 현대화 사업에 대해 상인들은 오히려 시장 기능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거센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2008년 수협은 정부 지원을 받아 총 2,000억원대 예산으로 시장 시설을 교체해 복합수산테마파크로 만들겠다는 현대화 사업 계획은 다음달 착공 예정이지만 상인들의 각종 반대 집회와 서명운동 등 행동에 나서고 있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대화 사업 계획 중 상인들이 반발하는 부분은 시장 부지가 줄어들면서 원래 1층에 있던 활어 보관장, 가공 처리장 등 주요 시설이 지하 1층과 지하 2층으로 분산되는 데 있다. 부지 축소로 단층이던 시장이 복층화 되면 자연히 운반 트럭이나 상품, 소비자들의 동선이 겹치게 되면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갑수 노량진 수산시장 중도매인조합장은 "세계 유명 수산시장 어디를 가 봐도 활어 보관장 같은 주요 시설은 모두 1층에 있다"며 "원래 있던 시장 부지를 절반 가까이 줄여서 한 곳에 몰아 넣으면 동선이 복잡해 지면서 물류 대란이 벌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활어 등의 상품을 화물용 승강기 등을 이용해 운반할 경우 장비 고장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20년간 장사를 했다는 강모(50)씨는 "활어는 금방 죽어서 빨리 옮기는 게 중요한 데 언제 지하에서 올리고 내리느냐"며 "승강기로 옮긴다는 데 바닷물은 쇠도 부식시켜서 금방 고장 날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의 이 같은 반대에도 수협 측이 시장 부지를 줄여 공사를 시작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자 상인들은 "수협이 시장을 줄이고 난 부지에 수익사업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가 원래 시장 부지 중 절반 정도만 (약 4만㎡) 시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부지 중 약 2만6,000㎡를 오피스텔 등 고층건물 건축이 가능한 3종 주거지역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수협은 아직 이 6,000여 평에 대해 구체적인 사용계획을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협은 상인들의 반대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수협 관계자는 "현대화 공사를 마치면 동선이 훨씬 과학적으로 정리되면서 수산물의 신선도나 위생관리가 향상 된다. 승강기 문제는 부식되지 않는 재질을 사용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시장 부지 축소에 대해서는 "시장 가운데로 고가도로 건설이 예정돼 있어 부지를 쪼개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서울시와 관계기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시장 공사가 끝나기 전에 사용계획을 발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조합장은 "수산시장 종사자 3,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찾아가 이 문제를 논의 할 것"이라며 "이대로 밀어 붙인다면 '제2의 용산참사'가 일어 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량진수산시장은 1927년 국내 첫 수산시장인 경성수산시장으로 시작해 지금은 수도권 수산물 시장의 45%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수산물 유통 시장으로 성장했다. 2001년 수협이 인수한 이 시장의 하루 이용객은 3만 명이 넘는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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