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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총리' 가면인가, 흠집내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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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총리' 가면인가, 흠집내기인가

입력
2012.10.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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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 가족의 재산이 무려 27억달러(3조원)에 이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 원 총리는 그 동안 서민적 행보로 중국인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아왔다.

NYT는 이날 기업 공시와 당국 자료 등을 인용, 1992~2012년 원 총리의 어머니와 자녀, 동생, 처남 등의 명의로 등록된 자산이 최소 27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 기간은 원 총리가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에서 국무원 부총리를 거쳐 총리에 오른 시기다. 원 총리는 평소 "우리 가족은 매우 가난했다"고 토로해 왔다. 어머니는 교사였고, 아버지는 돼지를 길렀다. 결국 원 총리가 권력 핵심에 있을 때 가족의 재산이 크게 불어난 것이다.

NYT에 따르면 원 총리 가족은 주로 상장 전 기업의 주식을 싸게 사 들이거나 국영기업을 직접 경영하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했다. 원 총리의 어머니 양즈윈(楊志雲ㆍ90)은 거대 금융회사인 핑안(平安)보험 주식을 1억2,000만달러(1,300억원) 어치 가량 보유하고 있다. 2007년 핑안보험이 상장되기 직전 사 모은 것이다. 핑안보험의 시가 총액은 2004년 180만달러(20억원)에서 2007년 600억달러(66조원)로 늘었다. 최근 공개된 2007년 자료로 계산할 때 원 총리의 가족과 친구 등이 보유한 주식은 무려 22억달러(2조4,000억원)나 된다.

그의 남동생인 원자훙(溫家宏)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하자 국가로부터 3,000만달러(330억원)의 폐수처리 및 의료폐기물 관리사업을 수주했다. 원 총리가 의료폐기물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원 총리의 부인은 중국 보석업계의 '큰 손'으로, 국영 다이아몬드 기업인 베이징(北京)다이아몬드보석의 회장이다. 아들 원윈쑹(溫雲松)은 국유기업인 중국위성통신그룹(CSC) 회장이다.

원 총리는 현장을 찾을 때 똑같은 점퍼를 10년 이상 입고, 다 헤진 운동화도 수선해 신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진이나 수해가 나면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고, 지하 갱도에서 광산 노동자와 함께 만두를 먹으며 밤을 새울 정도로 서민적인 이미지로 홍보됐다.

이에 대해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상당수 기사가 의도를 갖고 중국을 흠집내고 있다"며 내용을 부인했다. 당국은 NYT의 영문 및 중문 사이트를 완전 차단했다.

원 총리뿐 아니라 다른 중국 지도자의 가족도 권력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해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6월 차기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누나 등 친인척의 자산이 3억7,600만달러(4,100억원)라고 보도했다. 보시라이(薄熙래) 전 충칭(重慶)시 서기 일가가 해외로 빼돌린 재산이 1조원을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미 워싱턴 소재 '글로벌파이낸셜인테그리티'(GFI)는 이날 2000~2011년 무역대금 부풀리기, 뇌물, 탈세, 밀수 등의 불법으로 국외로 유출된 중국의 자금이 3조7,900억달러(4,150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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