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5일 응급실 전문의 당직제가 실시된 이후 중소도시와 농어촌 등지의 중소병원에서 응급실 운영을 포기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대도시와 달리 응급실에 전문의를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26일 이 제도를 축소해 시행키로 선회했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경북도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 경북도내 24개 병원 중 15곳이 법정기준에 미달했다. 군위 청도 의성 울진 등 군 단위는 물론이고 포항 안동 경산 영주 등 시 지역 병원도 포함됐다. 병원 측의 투자부족 탓도 있지만 역으로 이들 지역의 의료환경이 그 만큼 열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의성군 내 3개 병원 모두가 지난 4일 응급의료기관 지정을 반납하는 등 농어촌지역 응급실 폐쇄사태가 현실화했다. 의성군 이장협의회는 지난 22일 안계면에서 대표자 모임을 갖고, 의료복지 차원에서 지역응급의료기관 존속을 위한 의성군의 지원을 촉구키로 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해 법 개정 후 40일 만에 전국 13개 중소도시 병원이 응급의료기관 지정을 반납했다. 김인기(49ㆍ의성 영남제일병원장) 군위ㆍ의성 지역 응급의료기관대표를 만나 응급실을 운영하는 지역 중소도시 의료기관의 실태와 개선책 등을 들어 보았다.
_지역응급의료기관이란 무엇인가.
“응급환자를 24시간 진료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기관의 지정 기준에 따라 시설, 인력 및 장비 등을 갖추어 운영해야 하는 곳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이 종합병원과 의원 병원 중에서 지정할 수 있다.”
_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을 왜 반납했나.
“응급실을 운영하려면 전담의사와 간호사 5인, 엠블런스 기사 등 하루 인건비만 100만원이 넘게 든다. 응급환자가 하루 1∼2명 찾는 농촌 병원에서 응급실을 운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병원도 연간 3억원 이상 적자가 누적돼 지난해 부도를 맞고 지금은 병원을 법정관리할 정도다. 지난 1998년 개원 후 그동안 애향심 하나로 응급실을 운영해 왔으나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 자력으로 법정기준을 맞출 수가 없는 형편이다.”
_응급실을 폐쇄하면 당장 주민들 피해가 예상된다.
“의료인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의성의 경우 응급환자가 안동이나 대구 큰 병원으로 가려면 30분∼1시간 걸린다. 응급환자는 10분∼30분내 처치가 필요할 정도로 시간을 다투는 일이어서 이송 중에 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농촌 90% 이상이 고령층으로 신속한 처치와 검사 후 3차 병원으로 옮겨야 사망률이나 후유증을 덜 수 있다. 응급실을 폐쇄한 며칠 뒤인 13일 오후 11시에 병원과 가까운 곳에서 김모(63)씨가 교통사고를 당해 20분 거리의 상주시로 이송했으나 숨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러한 실상을 곁에서 본 이장들이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당장의 주민 피해를 걱정해 밤 10시까지, 휴일 진료를 당분간 이어갈 예정이다.”
_대책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응급실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 의성군의 경우 주민은 물론이고 군의원과 국회의원까지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는데 집행부인 군이 반대한다고 들었다. 개별 병원의 경영문제라는 것이다. 경제적 논리를 따지면 농촌이나 소도시에서 병원 응급실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주민들을 생각하면 없어서는 안 되는 시설이다. 사실 공공의료기관에서 할 일이기도 하다. 의성군 내 3개 병원에서 응급실을 운영하려면 연간 10억원 정도의 지원이 필요하다.”
_지원금의 산출근거는.
“시설 및 장비를 제외하고 법정기준 인건비만 따져도 이렇다. 전담의사 1,200만원∼1,500만원, 전담 간호사 5인 1,250만원, 원무과 직원 180만원, 방사선과 직원 200만원, 엠블런스 기사 180만원, 임상병리실 직원 160만원 등 3,320만원이 최소 유지비이다.
_지자체가 지원할 법적 근거가 있나.
“현재 국회에서도 지역응급의료기관에 대한 지원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작년 개정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는 경영이 어려운 병원을 공공의료기관으로 선정해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정부는 병원을 신축하는 등 고정비용을 들이지 않고 의료취약지역에 공공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장점이 있다.”
_보건복지부는 26일 전문의 당직제를 축소 시행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해당 병원의 지역적 특성에 따라 환자가 거의 없는 과목이나 병리과 등 진료지원부서까지 당직전문의를 지정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전문의 당직 과목수를 환자가 많은 과 위주로 손질하면 형편이 나아지지 않겠나.
“응급의료센터와 응급실로 이원화하면 농촌병원 응급실도 강제적으로 24시간 진료해야 하는데 이는 오히려 상황을 더 나쁘게 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이번 발표는 농촌과 소도시 병원의 실상을 외면한 처사다. 차라리 병원 문을 닫고 응급실이 없는 의원으로 바꿔 운영하는 게 낫다.”
약력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의학박사
정형외과 전문의
군위병원장
의료법인 영제의료재단 이사장
사회복지법인 효인 이사장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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