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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에세이/10월 27일] "고난 너머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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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에세이/10월 27일] "고난 너머를 보라"

입력
2012.10.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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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고난 없는 사람이 없다. 저 사람이 대체 무슨 어려움이 있을까. 그런 분들조차 말 못할 고난이 있다. 남편이 제 때 월급을 가져다 주는 아내에게도 뜻밖의 고난이 있고, 부모에게 학비와 용돈까지 타 쓰는 아이들에게도 말 못할 고통이 있다. 직장마다 고통스러운 현실이 있어 연봉이 억대라도 억대의 고난이 있고, 연봉이 턱없이 적어도 억대보다 더 큰 고통이 있다. 더구나 이 고통과 고난은 각자에게 한결같이 견디기 힘든 것이고, 세상에 나만큼 고통을 겪는 이가 누가 있으랴 싶은 고난이다. 오죽하면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말이 생겼을까. 요즘 표현으로 바꾼다면 남의 암일지라도 내 감기만 못하다는 뜻일 것이다.

내 고통과 고난이 그토록 큰 것은 무슨 까닭일까. 실제 제3자라면 비교할 수 있는 일이고 순서를 매길 수도 있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의미 없는 얘기다. 왜 내 고통은 비할 수 없이 아프고 내 고난은 비할 수 없이 깊은 것일까. 내가 거기에 빠져든 까닭이다. 내가 고난의 수렁에 빠져서 주저앉았거나 빠져나올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수렁에 빠진 상태를 즐기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수렁에 빠져있다는 것을 스스로 기정사실로 여겨 연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나를 불쌍히 여기면서 고통을 준 사람이나 고난을 안겨준 상황을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사태는 악화한다. 마치 상처는 긁으면 덧나듯 고통과 고난에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상황은 뭉게구름처럼 부풀어 오른다.

나는 왜 이리도 불운한가.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왜 이리도 적이 많은가. 이럴 때 내 아픔은 하늘을 찌르고, 분노는 생각과 판단을 삼킨다. 자칫 출구를 잘못 찾으면 한 순간 타인에게 폭력적이 되거나 나 자신에게 칼을 들이댄다. 끝장을 내자. 죽기밖에 더할 것이 무엇인가. 그래.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다. 분노하면 생각은 생각할수록 절망의 생각을 낳는다. 모든 것을 나를 중심으로 선과 악의 잣대로 갈라놓는다. 악을 악으로 갚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이쯤이면 생각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파국을 향해서 그리고 파멸을 향해서 생각은 줄달음친다.

어떻게 맞서야 하고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무엇보다 과거에 비슷한 어려움을 겪어냈던 기억이 있다면 더없이 다행한 일이다. 고난을 이긴 과거와 경험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전혀 다른 어려움이고 더 깊은 고난이라면 또 다시 흔들린다. 이때 무엇을 할 것인가. 눈을 감아야 한다. 눈은 보이는 것을 보지만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눈을 감고 무릎을 꿇는 것이 기도의 시작이다. 기도는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기도는 내가 바꿀 수 없는 상황을 인정하는 것이다. 기도는 무엇보다 하나님을 인정하는 것이다.

기도의 눈은 고난이 아니라 고난 너머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터널은 어둡지만 터널은 반드시 끝이 있다. 터널은 깜깜하지만 터널의 끝은 빛이다. 그리고 빛을 이기는 어둠은 없다. 빛은 단 한 줄기라도 온 어둠을 걷어낸다. 어둠 속에서는 눈을 떠도 어둠이지만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서 빛을 본다. 눈을 감고 끝까지 빛을 따라가면… 어느 날 빛 가운데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예수님은 모든 고난 받는 이들을 위해 빛으로 오셨다. 그분이 십자가라고 하는 가장 힘든 고난을 겪은 까닭은 오직 하나… 고난 받는 이들을 품기 위해서이다. 홀로 감당할 수 없는 고난받는 이들을 어둠에서 불러내어 빛 가운데로 이끌기 위함이다. 오늘도 고난의 터널 속을 걷는 분들에게 그 빛이 쏟아지기를 기도한다. 또한 고난 속에 갈 바를 모르는 이들이 그렇게 기도할 수 있도록 기도한다. 고난 너머를 바라보는 길은 기도 외에 없다.

조정민 온누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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