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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발사 연기] 1단 로켓 내부는 조사 불가능… 전적으로 러 발표에 의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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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발사 연기] 1단 로켓 내부는 조사 불가능… 전적으로 러 발표에 의존해야

입력
2012.10.2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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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발사가 중단되면서 원인에 대한 조사 주체 등과 관련된 러시아와의 계약내용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된 실(seal)이 러시아에서 제작됐다는 점뿐만 아니라 1단 로켓에 또 다른 문제점이 발견됐을 수도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 기술진은 문제가 된 나로호 1단 로켓 내부를 들여다볼 수조차 없어 러시아의 발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형편이다.

26일 권세진 카이스트(KAIST)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품질검사를 거친 실을 사용했는데 파손됐다는 것은 실 자체가 부실하거나 실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압력을 높인 다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원인을 규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 단순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실은 발사체와 발사대를 잇는 연료공급라인 연결포트의 기체밀봉에 사용되는 고무 마감재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도 "(1단 로켓은)3차 발사를 위해 러시아 기술진이 새로 만들어온 로켓인데 실링에 허점이 있었다는 건 로켓에 대한 기본적인 품질 보증이 안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링 결함은 로켓 발사 연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사소한 문제라는 얘기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도 "(마지막 발사 시도니만큼)러시아 기술진이 공을 많이 들였을 텐데 실링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의외"라며 의견을 보탰다.

하지만 원인 규명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2006년 10월 한국이 러시아와 체결한 우주기술보호협정(TSA) 때문이다. 미사일 형태인 나로호 1단 로켓이 대량살상무기로 개조될 수 있어 기술 이전을 금지한다는 내용인데, 이 협정으로 한국은 러시아의 발사체 기술을 전수받지 못할 뿐 아니라 사고가 나더라도 일체 관여할 수 없다.

실제로 TSA 때문에 한국은 1단 로켓에 문제가 발생해도 원인 규명에 참여하지 못한 채 러시아가 주는 정보에만 의존해야 했다. 2009년 8월에는 1차 발사 예정일을 8일 앞두고 '시험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두고 명확히 해야 할 이슈가 발견됐다'는 러시아 측의 팩스에 영문도 모르고 발사 연기를 검토했다. 발사 137초만에 공중 폭발했던 2차 발사 때는 잔해 수거 작업마저 러시아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나로호 이륙 후 측정하는 데이터도 우리 마음대로 볼 수 없다. 제주추적소에는 각종 비행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는 추적레이더와 원격 자료수신장비가 1기씩 있다. 이들 기기는 나로호가 음속을 돌파하기 직전(이륙 후 50초)부터 나로호를 추적한다. 하지만 우리가 받는 데이터는 나로호의 비행 운용에 꼭 필요한 일부 정보뿐이다. 1단 로켓과 관련한 데이터에는 러시아 연구진만 접근할 수 있다.

한편, 철의 장막에 가려진 1단 로켓의 엔진은 러시아가 20여년 전 만든 RD-170을 기본 모델로 한다. 이 엔진에 달린 연소실 4개를 한 개로 줄여 추력을 800톤에서 200톤으로 낮춘 것이 RD-191이고, 여기서 또 추력을 170톤으로 줄인 것이 나로호 1단 엔진이다. 러시아가 개발한 차세대 로켓 '앙가라'의 엔진도 나로호와 같이 RD-191을 기본으로 한다. 때문에 한국이 앙가라 시제품 개발에 2,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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