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다 저녁에 시작한 트윗으로 새벽이 올 적 모르는 날이 늘고 있다. 요즘에는 사사로운 일상의 훔쳐봄보다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싶은 그 눈을 더 들여다보기 바쁘니 때는 바야흐로 선거 전 증후군인가보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다든가 이도 저도 싫다며 모두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다든가 저마다 갖고 있는 정치색을 직설적으로 혹은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게 나쁜 일도 아닌데 뭔가 그런 얘기를 쏟았다 싶으면 우수수 현격하게 줄어 있는 팔로워 수라니. 그럼 달달한 사랑 얘기나 삶의 자잘한 에피소드나 어디 맛집이나 찻집 정보나 줘야 귀를 기울이고 고개 끄덕끄덕하고 호감으로 받아들이려나.
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부니 낙엽 떨어진 길 위로 사람들 발걸음 그 흔적을 꽤나 남긴다. 그래도 가끔 하늘도 올려보고 땅도 쳐다볼 수 있는 여유는 진짜 살 만한 사람들의 사치인가 싶은 것이 내 걸어옴의 뒤안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서 걷기에도 하루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들 그렇게 자기계발서에 목이 타나, 종교를 넘나드는 어르신들의 말씀에 귀가 열리나. 베스트셀러 집계 목록과 트위터의 타임 라인을 한 데 빗대어 보며 묘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른바 '대세'에 쏠려 있는 획일성이랄까. 골라먹을 게 많은 풍요로운 식탁이야말로 우리를 건강하게 해주련만, 삶도 문화도 편식이 대세이니 이 가을에 죄다 아픈 사람들뿐, 그 중에 으뜸은 나.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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