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이 사라졌다? TV만 틀면 나오는 게 아이돌 그룹인데 무슨 말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괜한 말이 아니다. 지금 당장 흥얼거릴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의 신곡을 떠올려 보라. 유행에 민감한 편이 아니라면 싸이의 '강남스타일'만 머리에 맴돌 것이다.
한류의 최전선에서 국위 선양에 앞장 서고 있는 '아이돌' 산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아이돌 그룹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대중의 피로도도 누적되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스트리밍, 다운로드, BGM 판매량, 모바일 판매량을 합산해 집계하는 가온 디지털 종합차트의 10월 넷째 주 10위 안에는 미쓰에이(3위)와 블락비(10위)만이 올라 있다. 1위는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4'의 음원인 로이킴, 정준영의 '먼지가 되어', 2위는 남자 솔로 가수 케이윌의 신곡 '이러지마 제발'이다.
아이돌 그룹의 약세는 비단 이번 한 주만의 결과가 아니다. 가온 디지털 종합차트의 최근 20주간 1위곡 중에서 아이돌 그룹의 노래는 빅뱅의 '몬스터', f(x)의 '일렉트릭 쇼크', 씨스타의 '러빙유', 2NE1의 '아이 러브 유' 단 4곡이다. 그마저도 모두 6, 7월에 집중돼 있고 '강남스타일'이 1위에 오른 7월 넷째 주부턴 아예 없다.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만이 겨우 아이돌의 체면을 세웠다. 빅뱅, 비스트, 샤이니, 소녀시대 태티서 등이 1위를 차지했던 상반기와는 딴판이다. 베스트셀링 아이돌 그룹들인 슈퍼주니어의 '섹시, 프리 앤 싱글'은 5위에 오르는 데 그쳤고, 동방신기의 '캐치 미'도 16위로 처음 차트에 오른 뒤 줄곧 하락세를 기록했다.
아이돌 그룹이 자리를 비운 사이 차트 상위권을 누비는 건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과 솔로 가수들이다. 상반기 최고 히트곡 중 하나였던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2주 1위)을 비롯해 싸이의 '강남스타일'(5주 1위), 브라운 아이드 소울 멤버인 나얼의 '바람기억'(3주 1위)이 대표적인 노래들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아이돌 그룹의 인기가 한 풀 꺾인 건 버스커 버스커가 크게 성공하면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났다"면서 "기획사 중심의 춤과 노래, 패션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면서 대중이 이제는 음악적 완성도와 개성을 더 많이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이돌 그룹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신인 그룹을 준비 중인 기획사들은 사면초가에 처했다.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국내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가장 큰 해외 시장인 일본에서도 외교 문제로 인해 프로모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가요계 상황이 어려워져 신인 그룹 기획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데뷔를 늦추는 회사도 많다"며 "아이돌 그룹 일색일 때보다 음악의 폭도 다양해지고 전체적인 매출 규모도 작아져 신인 발굴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콘서트 부문에서는 전통적으로 솔로 가수들이 압도적인 인기를 누린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승기 성시경 김동률 이소라 김범수 박정현 이승철 등이 콘서트 예매 순위 상위권을 장식하고 있다. 김선경 인터파크 공연사업본부 과장은 "비주얼 위주의 아이돌 그룹보다 공연 레퍼토리가 다양하고 라이브 실력이 뛰어난 솔로 가수들이 콘서트에서 더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고, 가수들도 소극장 공연 등 팬들과 가까이서 호흡하는 공연들을 시도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