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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믿지 않는 지식인들 "인류 평화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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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믿지 않는 지식인들 "인류 평화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종교"

입력
2012.10.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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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갤럽 여론조사에서 종교가 없다고 답한 미국인은 얼마나 될까. 역사가 길진 않아도 자유주의 전통이 면면한 이 나라의 '무교(無敎)' 인구는 놀랍게도 '0%'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08년의 미국내 종교인구는 가톨릭(5,700만명), 남침례교(3,600만명)에 이어 종교가 없다(3,400만명)가 세 번째로 많았다. 기독교 주요 교단의 신자는 매년 줄고 있지만 무교 인구는 반대로 계속 늘고 있다. 한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은 미국 윤리학자 피터 싱어 등 주로 영미권 지식인들이 '나는 왜 신을 믿지 않는가'라는 주제로 쓴 글 52편을 모았다. 21세기에 종교가 불신 받는 이유에 대한 해명으로 읽을 수 있다.

책에서는 이들의 글을 5가지 부류로 나눴다. 악과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유로 논리적으로 신의 존재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믿음이라면 거부해야 마땅하다는 이들, 과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 해명되지 않는 것은 모른다고 해야 한다는 사람들, 종교가 가져온 폭력을 고발하는 사람들, 그리고 신 없이도 충분히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무신론의 익히 알려진 논리들이 반복해 등장하는 경향이 없진 않지만 그 중 몇 편은 새겨서 읽을 만하다. 자신의 아버지를 '신 중독자'라고 부르는 캐나다 철학교수 셀렌버그는 단지 악이 존재하기 때문에 신을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한때 열렬히 신의 존재를 믿고 그 말씀을 따랐던 셀렌버그는 신을 파고 들면 들수록 믿음이 더 강건해지는 것이 아니라 해체된다고 느꼈다. 그는 '세계 자체가 내 눈 앞에 더 많이 드러나기를 원한다면 내가 과거에 겪은 경이적인 경험들의 핵심을 이루던 종교적 신념들을 폐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하는 '통찰력의 수문이 열리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신은 자신을 보고 싶어 하고 다시 찬양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숨긴다고 그는 말했다.

영국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저항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란 출신의 마리암 나마지는 근본주의 이슬람국가를 '특정한 정치적 공식에 기초하는 정치적 이슬람교'라며 광신과 (정치)권력이 동전의 양면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의 도덕성이나 도덕 계율을 만든 것이 신이라는 주장에는 논리적인 허점이 너무 많다는 피터 싱어와 진화심리학자 마크 하우저의 주장도 새겨 볼만하다. 그들은 '산업국가로서는 특이하게 종교적인 미국과 지난 세기에 점점 더 세속적으로 변한 유럽'을 비교하며 '유럽은 종교성이 강한 미국보다 여러 기준에서 볼 때 도덕적으로 더 나은 사회'라고 말한다. '신은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이에게 마실 것을 주고, 헐벗은 이에게 옷을 준 사람을 구원한다'고 예수가 말했지만 '허약하고 다치기 쉬운 사람은 유럽에 있는 편이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종교가 일반적으로 사람들로 하여금 옳은 일을 더 잘하게 만든다는 증거는 없지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만든 증거들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많다며 '평화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종교'라고 꼬집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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