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특검 수사의 분수령이 될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에 대한 조사가 25일 마무리됨에 따라 향후 사법처리 여부와 수사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검팀이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직접 불러 조사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앞선 검찰 수사 당시 서면조사만 하고 불기소 처분해 비판을 받았던 사실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 검찰이 대통령 사저 부지 매매에 따른 이익의 귀속자인 시형씨를 소환조사 한 번 없이 면죄부를 주자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특검이 '조사할 만큼 했다'는 절차적 명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시형씨를 소환조사할 것이라는 점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하지만 특검 수사가 예상을 뛰어넘어 속전속결 식으로 강도높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형씨 소환이 형식적 조사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검팀이 이날 시형씨가 사저 부지 매입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 자금을 마련한 경위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것도 사법처리가 가능한지 살펴보기 위한 적극적 의지로 읽힌다.
시형씨가 청와대 경호처와 내곡동 부지의 지분과 땅값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이득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부지 매입 실무를 담당한 김태환(56) 전 청와대 경호처 직원 등의 배임 혐의가 인정될 경우 시형씨의 사전 공모 여부도 자연스럽게 부각될 전망이다. 하지만 경호처의 배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시형씨는 검찰 수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무혐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수사 당시 시형씨의 부지 매입자금 12억원에 대한 출처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수사의 중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형씨는 12억원 중 6억원은 어머니 김윤옥 여사의 논현동 땅을 담보로 대출받아 마련했고, 나머지 6억원은 큰아버지 이상은(79) 다스 회장에게 빌렸다고 밝혀왔다. 시형씨는 이 회장에게 6억원을 현금으로 빌린 후 청와대 관저 붙박이장에 보관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 돈의 출처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6억원의 출처를 추적하다 보면 돈의 성격과 비자금인지 여부 등이 파악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김 여사의 땅을 담보로 대출받은 6억원에 대해서는 대출 과정에 특혜가 없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대출 경위를 따져보기 위해 돈을 빌려준 농협 청와대지점 직원들을 나흘째 소환조사하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경우에 따라서 김 여사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형씨 조사는 수사의 마무리 국면이 아니라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전망도 있다. 사저 부지 매입을 구상하고 개입한 윗선이 있을 경우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6월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김태환씨와 김인종 전 경호처장이 부지 매입을 주도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보고만 받았기 때문에 다른 청와대 인사들은 조사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형씨의 매입 업무를 대리한 김세욱(58) 전 청와대 수석행정관이 특검팀 조사에서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 'MB의 집사'로 통했던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24일 귀국한 이상은 회장에 대한 조사가 예견돼 있는데다, 임태희 당시 대통령실장에 대한 조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대통령 일가와 측근들에 대한 전면적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특검의 강도높은 조사가 반드시 사법처리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는 만큼 새로운 사실을 밝히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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