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성범죄 교사, 버젓이 교단에 설 수 있는 이유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성범죄 교사, 버젓이 교단에 설 수 있는 이유는?

입력
2012.10.25 17:36
0 0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는 추세지만 교사만은 예외다.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 10명 중 6명은 여전히 교단에 서고 있다. 학교의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형사처벌은 학부모도, 교사도 선뜻 나서지 않는 탓이다. 성범죄로 형이 확정되면 교직을 떠나도록 한 법 조항이 있지만 자녀를 볼모로 잡힌 부모나, 추문을 감추려 드는 교사들 사이에서 실효성을 잃었다.

충남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2010년 담임교사 A씨가 여학생 3명을 성추행했지만 버젓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사실을 1년이 지난 후 알게 된 학부모는 해당 교사를 고소할 생각이지만 아이의 졸업 후로 미루고 있다. 교사를 고소했을 때 학교에서 아이가 받을 눈총이 두려워서다. "성추행이 아니다"며 문제를 외면하는 학교 분위기를 보면 고소 후 불이익은 자녀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난해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생활지도를 담당했던 기간제 교사 B씨. 이 학교 1학년 학생 C양을 자신의 차에서 "안아달라, 뽀뽀해달라"며 2시간 동안 성추행했지만 아무 징계를 받지 않았다. C양은 B씨의 처벌을 강하게 원했지만 학교는 오히려 "피해자 보호"를 내세우며 나서지 않았다. 고소권자인 부모가 문제 삼지 않자 A씨는 계약 만료와 함께 조용히 학교를 떠났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제44조)은 경중을 불문하고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교사는 10년간 학생을 가르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학교의 징계가 없어도 고발을 통해 처벌을 받도록 하면 성범죄 교사를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교사를 고발하겠다고 나서는 학부모는 드물다. 평등교육실현을위한천안학부모회 김난주 공동대표는 "피해 학부모들은 교사의 행동을 문제 삼으면 교사 집단으로부터 아이가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해서는 친고죄가 폐지됐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학부모 대신 학교 차원에서 사법처리를 추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사는 물론 수사기관조차 이를 모르고 있기 십상이다. 서울시교육청 전수민 변호사는 "친고죄가 폐지됐는데도 경찰서에서 제3자의 신고는 접수를 아예 안 받거나 피해자가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는 경우도 여전하다"며 "형사처벌 결과가 명확하게 나오면 학교도 걸맞은 징계를 할 텐데 이것부터 어렵다보니 성범죄 교사에 대한 징계가 힘들다"고 말했다.

성범죄 사실을 알고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학교장과 교원은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이 조항을 위반해 과태료를 낸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

오히려 학교는 사건을 묵살하는 분위기다. 충남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수학여행 관광버스 기사가 엉덩이를 쓸어내리는 등 신체접촉으로 수치심을 느꼈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학교 측은 "남자도 수치심을 느끼느냐"며 무시했다. 이렇다 보니 학생 대상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조항은 있으나마나다.

교사 앞에선 약자인 학부모 대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교사 성범죄를 다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성폭력에 대해서도 자치위를 열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성폭력은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다는 이유로 자치위의 처리 대상에서 배제돼 있다. 성범죄가 일어났던 학교의 한 교사는 "아이들과 직접 부딪히는 교사의 경우 더 높은 윤리수준이 요구되는데, 이들의 성범죄에 대해 학교가 너무 안일하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