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황제' 이경백(40)씨가 서울 강남 지역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씨의 불법 도박장 운영에 관할 지역 경찰관들이 도움을 줬다는 정황을 잡고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5일 "이씨가 불법 도박장 영업을 하고 친분이 있는 일부 경찰관으로부터 단속 정보를 넘겨 받았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해당 지역과 인근 지역 관할 경찰관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의 도박장 운영에 간여했던 주변 인사들을 불러 경찰관들의 사진을 일일이 보여주면서 유착 경찰관 색출작업을 벌이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사이버경찰청의 신고민원포털을 통해 성매매 알선과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씨가 강남 도곡동, 대치동, 역삼동 일대 오피스텔과 상점에서 하루 수 억 원의 판돈이 오가는 불법 도박장을 운영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를 벌여왔다. 이씨의 도박장 운영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경찰 조사에서 "이씨로부터 '뒤를 봐주는 경찰관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불법 도박장에 대한 수사 착수 후 모 경찰관은 그 동안 받았던 1억 원 넘는 돈을 돌려줬다는 말도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울러 이씨가 오랫동안 유흥주점을 운영했던 중구 북창동 관할 전ㆍ현직 경찰관 일부가 이씨와 유착 관계에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이들의 비위 여부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이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현재 수배 중인 한 경찰 간부 등이 이씨와 수시로 통화하며 뇌물 사건을 무마해 줄 것을 청탁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배중인 경찰 간부가 전남 목포의 한 찜질방에서 이씨에게 전화해 자신이 혐의를 벗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사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이 이처럼 이씨와 관련해 대대적인 내부단속에 나선 것은 '제2의 이경백 사태'를 미리 막자는 수뇌부의 뜻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이씨가 성매매,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당시 비위 경찰관을 다 언급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고 그렇다면 검찰이 또 다른 경찰 비위 관련 수사를 벌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이씨와 유착한 경찰 내부인사가 있다면 우리 손으로 직접 밝혀 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뇌물 상납 등을 받은 현직 경찰관 수 십 명의 이름을 털어놓았고,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전ㆍ현직 경찰관 18명이 구속돼 경찰 위신이 크게 추락했다.
한편 경찰은 조만간 불법 도박장 운영, 20억원대 사기 대출 의혹, 유흥업소 업주들을 대상으로 한 금품 갈취 등 혐의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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