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이 벤조피렌이 검출된 9개 제품에 대해 회수결정을 내렸지만 석연치 않은 절차를 거치며 혼란을 남기고 있다.
먼저 라면스프에서 검출된 벤조피렌이 과연 얼마나 위험하냐를 놓고 의문이 일고 있다. 생생우동, 얼큰한 너구리 등에서 검출된 벤조피렌은 최대 4.7㎍/㎏(ppb). 라면 100개에 해당하는 스프 1㎏에서 0.0000047g이 나왔다는 뜻이다.
식약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조사한 스프제품은 모두 30개. 이 제품들에서 나온 벤조피렌 검출량을 우리나라 국민이 하루 평균 섭취하는 라면스프의 양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라면스프를 통해 우리국민은 0.000005㎍의 벤조피렌을 섭취한다. 반면 구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통해 우리국민이 하루 평균 섭취하는 벤조피렌의 양은 0.08㎍으로 스프로 인한 섭취보다 1만6,000배나 많다.
라면스프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처음 공개한 정치권과 보건당국의 입장 차는 크게 갈린다. 식약청은 "안전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언주 민주통합당 의원실은 "벤조피렌이 검출된 가쓰오부시 원료의 양은 스프의 3%밖에 안 되지만 스프에서 검출된 벤조피렌은 가쓰오부시에서 검출된 양(10.6㎍/㎏)의 절반에 가깝다"며 위해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교수는 "자료가 축적돼 있지 않아 위험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어린이들이 많이 먹는 만큼 엄격한 잣대로 볼 필요는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공식품 중 분유 등 영ㆍ유아식의 벤조피렌 허용량이 1ppb(1㎍/㎏)로 가장 엄격하다.
제품회수가 사실상 큰 의미 없는 형식적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농심이 문제가 된 가쓰오부시 원료가 사용된 6월10일 이후 납품업체를 바꿨고, 그 이전에 출시된 제품들은 재고가 별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라면은 판매가 빨라 6월 이전에 생산된 제품은 모두 소진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면스프의 벤조피렌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회수조치가 정치권의 압박에 의해 이뤄진 셈이어서 앞으로 비슷한 위해성 판단이 여론에 따라 좌우될 여지도 남겼다.
유통업체에 따르면 해당 제품의 매출은 전날보다 50%정도 떨어지는 등 업체들은 영향을 받고 있다.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까르푸 대만점 등은 전날 너구리 제품을 진열대에서 전량 철수했고 다른 유통업체들도 이 제품들을 거둬들일 예정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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