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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월 26일] 독도문제와 적극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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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월 26일] 독도문제와 적극외교

입력
2012.10.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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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발언으로 촉발된 한·일 간 외교적 파장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벤트성 돌출행동, 국면전환용이라는 등 말도 많았지만 일본 집권지도층의 거듭되는 위안부 강제동원 부인에 대해 국가원수가 직접 경고 메시지를 보낸 의미있는 행보였다. 또 대통령으로서 첫 독도 전격방문이라는 승부수를 통해 단호한 주권 수호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이어 중동평화회담을 주선했던 노르웨이를 방문,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외교통상부 장관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시 반인륜적 잔혹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 역사적 정의를 외면한 '법의 지배' 원칙과 국제법절차 남용 움직임의 부당성을 날카롭고 정연하게 논박했다.

일본은 약발 다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카드를 세 번째로 꺼내들었다. 일본주장의 허구성을 입증하는 숱한 증거자료는 잠시 접어두자. 사법적 해결 제안은 1905년 '비밀 영토편입'이라는 꼼수를 자연스레 합법화시켜 면죄부를 받으려는 행위이다. 제소 카드는 역사적, 국제법적 벽에 부딪힌 일본의 '출구전략'일 뿐이다. 우리의 적극대응은 일본 내부에서도 지지와 호응을 얻고 있다. 고노 전 관방장관은 위안부 동원의 강압성을 부인할 경우 국가신용 상실을 경고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도 일제 침략의 역사가 한·일간 영토 문제의 출발점임을 인정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깔아놓은 멍석위에 중국이 기다렸다는 듯 뛰어들자 판은 커지고 시끄러워졌다. 중국은 14억 국민감정을 업고 첨각열도ㆍ조어도 인근 해상 무력시위와 유엔에서 대일 직격탄 등 초강수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도 주권이 아니라 '시정권'을 일본에 넘겨준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일본의 고립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 입장을 용인하면 과거 독도 침탈행위를 자인하게 된다. 중국의 진검승부 압박에 일본은 중국과 ICJ에 가서 다툴 일이 없다고 꼬리를 내렸다. '툭하면 손찌검' 버릇이 임자를 만난 셈이다. '평화적 분쟁해결 의무'(유엔헌장 제33조)와 '법의 지배' 원칙을 잔뜩 설교하던 일본은 정작 '판돈을 날릴' 위험 앞에 돌연 원칙과 안면을 몰수하고 서둘러 위선과 실리를 택했다. 독도영유권 주장의 신빙성과 진정성은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ICJ 제소 제안은 공포탄이자 오발탄임이 판명됐다.

쑥스러워진 일본은 무력도발설을 슬며시 흘리고 있다. 술수의 달인들이 습관적으로 벌이는 정치공학적 레퍼토리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일본이 독도 무력점령을 기도하면 중국에 조어도 무력점령 구실을 주게 된다. 명분과 실리 모두 잃게 된다. 국제해양법재판소 소송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우리 정부는 2006년 4월18일 국제해양법재판소의 영토문제 관련 관할권을 배제하는 서면선언을 유엔에 기탁, 일본이 제소해도 동 재판소의 재판관할권은 성립하지 않으며 소송이 개시될 수 없다.

과거 독도정책은 줄곧 '분쟁도서화' 기도를 무력화하기 위한 '무대응' 외교에 모아졌다. 지엄한 국법으로 독도방문은 금지되고, 상습 도발에도 맞대응은 금기시 되었었다. 권리가 훼손될 위기에도 오불관언이었다. 뒤늦게나마 독도·위안부 문제를 연계한 적극외교의 결과 상대의 본심과 본색을 간파하고 국면을 주도하는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얻었다. 그간 쌓아올린 국제적 신뢰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달라진 국제적 역량과 위상을 십분 활용한 상황관리능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시아 평화와 안전, 영토와 자원, 보편적 인권과 자유를 야만적으로 공격·약탈한 침략과 패전의 전력을 엄숙히 대면하고 철저한 교훈을 얻으려는 겸허·진솔한 자세는 국격과 신뢰를 회복시킨다.

과거사의 만용과 만행을 청산하려는 진정한 슬기와 현명한 용기를 일본 집권층에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일본의 미래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박현진 전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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