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사진)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이 '투 트랙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선 물량 공세보다는 철저한 '제값 받기'을 추구하는 반면, 중국에선 점유율 확대를 위해 증산 드라이브를 펴고 있는 것이다.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올해 들어 미국, 유럽 등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선진국 시장을 잇따라 방문한 자리에서, "첫째도 품질, 둘째도 품질"을 외치며 양적 성장 대신 질적 성장을 강조했다. 미 현지법인측은 물량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장 증설을 꾸준히 요청했지만, 정 회장은 "지금은 (점유율을 높이기 보다는) 품질로서 제값 받기에 전념할 때"라며 증산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중국에 대해서는 확연히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010년4월 기아차 중국 공장 방문 시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시장은 현대ㆍ기아차의 미래를 결정짓는 최대 승부처가 되고 있다. 현재에 안주해서는 언제 뒤쳐질지 모른다"며 생산 확대를 주문한 이래 현재도 생산능력확충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는 연산 40만대 규모의 중국 3공장을 가동했고 기아차도 올 6월 30만대의 3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2014년에 현대차 100만대, 기아차 74만대 등 174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면, 중국은 현대·기아차의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로서 자리를 굳히게 된다. 여기에 기존 생산 라인증설이 가능해 근로시간 연장을 할 경우 연간 200만대 생산 까지 가능하다.
실제로 중국시장에선 다른 글로벌 경쟁업체들도 증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상하이폴크스바겐은 현재 생산능력 150만대에서 2015년 197만대로, 상하이GM은 100만대에서 16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도요타도 생산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 유럽은 성장이 정점에 달한 성숙시장인 만큼, 승부처는 물량이 아니라 품질 및 브랜드가치를 통한 제값받기가 될 수 없다는 것. 이에 비해 중국은 워낙 빠르게 커지는 시장인 이상, 지속적으로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 정 회장의 생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에서 증산에 나서지 않는다면 2016년에는 시장점유율은 현재의 절반인 5%대로 떨어지게 된다"며 "일단은 시장이 커지는 만큼의 물량공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실적발표회에서 "연초 세운 판매목표인 429만대를 초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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