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ㆍ80) 도쿄도(東京都)지사가 25일 신당 결성을 위해 13년간 지켜온 지사직을 사임키로 했다. 극우 정치인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자민당 총재로 복귀하고,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이 정치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이시하라 지사까지 정계 진출을 선언, 일본 정계의 우경화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조짐이다.
이시하라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도지사를 사직하고 의회에 복귀하려고 한다. 동료들과 함께 신당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어나라일본당의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대표 등 현역 의원 5명과 함께 신당을 만든 뒤 차기 중의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하시모토 시장이 이끄는 일본유신회와 공조, 보수세력을 결집해 정계 재편을 노리겠다는 의도도 있다.
올해 초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이시하라 신당설이 현실화하자 일본 정계는 물론 주변 국가들도 긴장하고 있다. 평소 "위안부는 매춘부" "강한 일본을 만들기 위해서는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던 이시하라는 4월 센카쿠열도를 도쿄도가 매입하겠다고 선언하고 모금활동에 나서 중국과의 영유권 갈등을 촉발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지난달 센카쿠섬을 국유화한 것도 이시하라가 매입할 경우 야기될 후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시하라는 "(전쟁금지를 명기한) 헌법은 합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개헌 의지를 내비치는 한편, "센카쿠에는 등대와 정박시설이 필요하다"고 해 실효지배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집권 민주당은 "임기조차 채우지 않고, 신당을 만드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반면 하시모토 시장은 "센카쿠 문제에 대한 대응이나 지방교수세 폐지 등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며 신당이 만들어지면 함께 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이시하라의 신당창당 소식을 묻는 기자들에게 "노코멘트"라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1955년 대학재학 시절 발표한 소설 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등단한 이시하라는 68년 자민당소속 참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72년부터 중의원에 진출해 8선을 지냈고, 95년 "일본은 거세된 환관의 나라"라는 독설과 함께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99년 무소속으로 도쿄도지사에 출마해 2011년 4월 네번째 연임에 성공, 4년 임기 중 18개월 가량을 재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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