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가 1일 방송한 안철수 대선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보도에 대해 대선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경고'를 의결했다. '경고'는 위원회가 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최고치의 제재이다. 저널리즘의 가장 기본적인 존재 조건인 '공정성'과 '객관성'을 중하게 위반했다는 것이 위원회의 결론이었다.
'뉴스테스크'16일 톱기사로 방송한 '노 전 대통령 NLL 영토선 아니다'제하의 기사는 대선공정보도실천위가 진행하는 트위터ㆍ누리꾼 선정 최악의 대선보도에서 압도적 표차로 1위를 차지했다. 내용의 부실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5년 전 각종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던 내용을 마치 발굴 특종인양 흥분해서 보도한 것은 타사 기자들에게도 웃음거리였다. 작은 실수나 논란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11일에는 당선 무효형이 선고된 김근태 새누리당 의원 사진 대신 이미 고인이 된 김근태 전 민주당 고문의 사진을 내보냈고, 16일에는 100만달러를 100달러로 표기하는 실수도 했다.
'뉴스테스크'의 21일 시청률은 AGB닐슨 기준 전국 시청률 3.4%였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정수장학회 기자회견 등 굵직한 쟁점이 있던 날이었고, 같은 시간 방송된 SBS 뉴스의 시청률은 9.6%, KBS 9시뉴스 시청률은 16.3%였음을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10월 둘째 주 일주일간 메인뉴스 평균 시청률은 KBS 20.1%, SBS 10.9%, MBC 5.9% 순이었다. 한 때 KBS를 앞서기도 했던 MBC 뉴스의 인기와 권위, 영광은 이제 기억에서조차 가물가물한 옛 일이 되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MBC기자회는 정치부장을 지목하며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한때 종군기자의 명성을 날리던 기획홍보본부장은 기자회에서 제명되고서도 MBC 민영화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추진하다 들통이 났다. 반면 MBC의 전성기를 이끌던 기자와 PD 8명은 진작 해고당했고, 95명의 알토란같은 인력들은 '신천 교육대'라 불리는 MBC아카데미에서 '샌드위치 만들기', '요가 강습' 같은 황당한 '재교육'을 받고 있다.
"청와대에 불려가 쪼인트를 까였다"는 사람이 사장이 되었을 때 이미 우려했던 일이었다.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회의 출석 요구도,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도 무시한 사장이다. 공금 유용과 여성 문제와 관련된 온갖 추문이 떠돌고, 방송계 절대 다수의 손가락질을 받아도 꿋꿋하게 자리를 버틴 사장이다. 뉴스 시청률이 바닥이 되어도, 공정성 조사에서 압도적 꼴찌를 해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사장이다. 그리고 어제, 사장을 해임시킬 수 있는 법률적 권한을 가진 방문진 이사회는 병든 MBC의 수술을 무책임하게 미루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과연 부장, 본부장, 혹은 사장이나 이사회가 MBC 추락의 근본적 원인일까? 무능력한 간부를 임명한 것이 사장의 흠결이라면, 그 사장이 임명되고 자리를 보전토록 만든 사람들에게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300명 가까운 방송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이명박 정부는 전두환 정부 이후 '정부의 방송보도에 대한 통제가 가장 심한' 정부로 꼽혔다. 현 정권은 김재철 사장을 MBC 추락의 지휘자로 선택했고, 집권 여당은 그의 칼춤을 방관하거나 부추겼다. 책임은 지지 않는다.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 한다. MBC의 2대 주주인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MBC의 간부가 "박근혜에게 뭐 도움을…"이라는 발언까지 하는 판인데 말이다.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MBC를 망가트렸다는 점을 자인하고 반성해야 한다. 고치는 시늉이라도 내야 한다. 김재철 사장의 퇴진이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선거에 어떻게든 다리 한 쪽 올려보려는 이들의 작태를 막아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사장의 선출방식도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집이나 '신천 교육대'로 쫓겨난 이들에게 사과하고 MBC 수리의 역할을 맡겨야 한다. '얄팍한 눈앞의 이익을 좇느라 공영방송을 파괴한 이들'로 역사에 길이 남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말이다.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