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의 정치적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 선거법 개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쿠웨이트 민주화 진전의 중요한 갈림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쿠웨이트 야권과 시민들이 25일 수도 쿠웨이트시티의 이라다 광장에서 대규모 연좌집회를 연다고 보도했다. 21일 3만여명이 운집한 시위가 벌어지자 최루가스 등을 동원해 강제 해산한 쿠웨이트 정부는 공공장소에서 20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하지만 야권은 26일 시작되는 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를 맞아 집회를 강행키로 했다. 야권 인사는 "정부 방침대로라면 축구도 할 수 없다"며 "정부가 정말 원하는 것은 폭력을 쓸 수 있는 권리"라고 말했다.
쿠웨이트 사태는 알 사바 왕가 중심의 정부와 의회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는 야권 간의 충돌이 배경이다. 왕가는 1990년대 걸프전 이후 줄곧 친미ㆍ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다. 반면 야권은 이슬람주의와 민족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 62년 아랍권 국가 최초로 헌법을 제정하고 의회 선거를 도입한 쿠웨이트 정부는 주변국에 비해 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국왕이 의회 해산권을 갖는 등 의회의 권한은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셰이크 사바 알 아마드 알 사바 국왕은 2006년 이후 여섯 차례나 의회를 해산하며 야권을 견제했다. 이번 시위가 촉발된 것도 지난주 알 사바 국왕이 선거법을 야권에 불리하게 일방적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야권은 12월1일 예정된 선거를 거부하고 항의 시위에 나섰다.
크리시티안 코츠 울리히센 런던정경대 교수는 "시위가 확산되면 쿠웨이트는 변화의 임계점에 다다를 것"이라며 "타협점을 찾을지 아니면 폭력을 쓰느냐가 쿠웨이트뿐 아니라 주위 국가들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