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남편과 사별한 조모(65)씨. 지난해 본인 소유 148㎡ 아파트를 3억여원에 매각한데다, 분가한 세 자녀가 매달 주는 용돈(200만원)까지 합하면 생활이 넉넉한 편이다. 올해 초엔 맞벌이로 연봉 1억원 남짓을 버는 둘째 집으로 옮겨 손자를 돌보며 지낸다. 그런데도 조씨는 지난 7월부터 기초노령연금 수급자가 돼 월 9만여원을 받고 있다.
가구소득 상위 10% 가구의 노인 2명 중 1명이 기초노령연금을 수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 중 70%'에게 연금을 주기로 한 양적 목표를 채우기 위해 마구잡이 식으로 지급한 결과인데, 정작 필요한 저소득층 고령자들은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5일 발표한 '기초노령연금의 대상효율성 분석과 선정기준 개선방안'에 따르면 소득이 최상위 10분위인 고령자 포함 가구의 54.2%에 기초노령연금이 지급됐다. 반면 저소득층인 2ㆍ3ㆍ4분위 고령자 포함 가구의 수급률은 78.2%, 68.1%, 58.1%로 체면치레 수준이다. 저소득층 가구의 고령자인데도 기초노령연금을 수급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고소득층 가구의 노인들이 기초노령연금을 수급하는 이유는 대상을 선정할 때 '가구 경제력'이 아닌 본인과 배우자의 경제력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 금융자산이 많거나 부유한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도 수급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 부유층의 상징인 타워팰리스에 사는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도 즐비하다.
연금 신청 제도도 문제다. 기초노령연금은 본인이나 자녀가 주민센터나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직접 방문해 신청해야 하므로 홀몸노인의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소득 2ㆍ3ㆍ4분위에서 고령자만으로 구성된 가구의 수급률은 75.9%, 58.9%, 35.7%로 낮았지만, 자녀와 같이 살 경우 각각 86.7%, 83.4%, 81.1%에 달했다.
윤희숙 KDI 연구위원은 "빈곤가구의 신청률이 낮은데도 보건복지부는 노인인구 대비 70%라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부유한 노인가구까지 수급 대상에 포함했다"며 "기초노령연금의 수급대상을 고령자 70%가 아닌 고령자의 빈곤 정도에 연동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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