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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커트, 성인 무대 노크

입력
2012.10.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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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제3회 동아시아 호프스(12세 이하)대회에서 한국탁구계가 들썩였다. 유승민(30ㆍ삼성생명)이 중국의 유망주들을 잇따라 꺾고 한국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2년 후인 2006년 호프스 대회에서 또 한 명의 '탁구 신동'이 등장했다. 당시 인천 도하초 6학년이던 강동수(18ㆍKT&G 인삼공사)는 12년 만에 한국인 챔피언 탄생을 알렸다. 유승민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듯이 강동수도 같은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제2의 주세혁'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강동수를 24일 경기 분당의 KT&G 인삼공사 훈련장에서 만났다.

중국 유망주 모두 물리쳐

강동수는 유승민의 내동중 후배다. 닮은 꼴이다. 호프스 대회에서는 유승민보다 대단한 업적을 남겼다. 수비형 선수 최초로 대회를 석권했기 때문이다. 호프스 대회는 중국의 유망주들이 모두 출전해 사실상 '어린이 세계 챔피언'을 가리는 대회다. 대회 전까지 주목 받지 못한 강동수는 악조건을 이겨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강동수는 "사실 어깨가 아파서 2주간 훈련을 하지 않고 나갔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큰 점수 차로 뒤지다 경기를 뒤집은 게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다"며 "수비형은 원래 롤러코스터와 같은 경기를 자주 펼친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 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 왔다"고 설명했다.

호프스 대회 이후에도 수비형으로는 드물게 꾸준한 성적을 냈다. 특히 올해 자신의 잠재력을 제대로 증명했다. 중국 아시아 주니어 서킷에서 한국의 단체전 3위를 주도했다. 또 탁구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로 꼽은 지난 8월 코리아 주니어 오픈에서 개인단식 3위, 단체 1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수비는 내 운명

우연한 기회로 탁구를 시작하게 됐다. 강동수는 "간식을 준다고 해서 부모님 몰래 탁구부에 들어갔다. 3개월 동안은 집에서도 탁구를 하는지 몰랐다"고 입문 계기를 설명했다. 입문 6개월 후 수비형으로 전향했다. 그는 "선생님께서 '로빙볼이 너무 많다. 차라리 수비를 해라'는 한 마디에 지금까지 수비형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수는 곧 '수비가 내 운명'임을 받아 들였다. 갑자기 성적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수비형으로 바꾸길 잘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이 없다가 5학년 때 처음으로 우승했고, 이를 계기로 호프스 대표로도 뽑혔다"라고 흐뭇하게 웃었다.

롤 모델은 당연히 주세혁. 176㎝, 65㎏의 그는 "주세혁 선배는 끈질기고 공격형 못지 않은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며 존경의 뜻을 보냈다. 주세혁과 첫 대결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그는 "아직까지 상대가 되지 않겠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며 패기를 드러냈다.

'더러운 커트'로 실업무대 도전장

국내 1인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김민석(인삼공사)은 강동수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는 "커트가 어찌 보면 주세혁 선배보다도 까다롭다.'더러운 커트'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고수배 인삼공사 감독도 "다양한 드라이브에 대한 적응력만 높인다면 충분히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 특히 민첩성과 근지구력, 순발력 같은 운동 능력이 주세혁보다 낫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올해 11월 탁구최강전 단체전 출전을 시작으로 실업무대에 데뷔하는 강동수는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수비형은 커트가 최우선이다. 커트 능력을 더 향상시켜 앞으로 2년 안에 실업랭킹 5위권에 들겠다." '수비형은 국내 1인자는 될 수 있지만 세계 챔피언은 되지 못한다'는 수비형의 한계에 대해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강동수는 "많이 분석하고 약점인 공격력을 보완하면 충분히 세계 정상도 가능하다. 호프스 대회에서도 챔피언이 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성남=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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