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식구나 친구가 밤새 코를 고는 통에 제대로 자지 못한 경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코를 곤 사람이야 코 좀 곤 것 갖고 뭘 그리 예민하게 구느냐 할 수 있겠지만, 코 고는 소리가 심할 때는 세기가 80데이벨(dB)까지도 올라간다. 버스 가까이에서 듣는 엔진 소리와 맞먹는다. 이 정도면 옆 사람에겐 도저히 참기 힘든 소음이다.
그러나 실상 더 큰 문제는 코고는 당사자의 건강이다. 코골이가 계속된다는 건 몸에 분명 뭔가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수술 말고도 코골이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여럿이다.
환절기에 잦아지는 코골이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감기나 비염 등으로 코가 막히면서 평소 코를 안 골던 사람도 코를 골게 되는 경우가 잦다. 자는 동안 숨을 쉴 때 공기는 코나 입을 통과해 목을 지나가는데, 이렇게 공기가 지나는 숨길(기도) 중 좁아진 부위가 있으면 압력이 높아진다. 이 때 입천장이나 목젖, 편도, 혀 등이 빨려 들어가면서 드르렁 드르렁 하는 잡음이 생기는 것이다. 감기나 비염, 축농증 등이 심하면 코 안쪽 점막이 부풀거나 염증이 생겨 숨길이 좁아진다. 또 코가 막히면 코를 통해 들어가는 공기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잡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코골이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은 뭐니뭐니해도 비만이다. 코를 고는 성인 10명 중 8명은 비만이라고 보면 된다. 살이 찔 때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목 안쪽으로도 지방층이 쌓인다. 특히 목젖 양쪽에 있는 편도(구개편도)가 비만 때문에 비대해지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상태면 숨길이 좁아지는 건 물론이고, 숨을 들이킬 때 기도가 버티는 힘이 떨어진다. 그래서 숨의 흐름이 고르지 못해 잡음이 나게 된다.
술과 담배도 코를 골게 하는 주범이다. 알코올은 호흡을 정상보다 느리고 얕게 만들어 목구멍 주변 근육을 이완시키기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실수록 숨길이 좁아진다. 평소엔 안 그러던 사람도 과음한 날엔 코를 고는 이유다. 흡연 역시 코와 목 주변 근육을 처지고 건조하게 만들어 코골이를 점점 악화시킨다.
코 고는 어른과 어린이 차이
코 속을 좌우로 나누는 연골(비중격)이 휘어져 있는 사람도 코를 많이 곤다. 코를 드나드는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목젖 주위에 있는 조직이 너무 커도, 선천적으로 아래턱이 유독 좁은 사람도 코골이가 생길 수 있다. 변욱 목동중앙치과병원장은 "교정을 하면서 치아를 여럿 뽑은 사람이나 혀 가장자리에 치아 자국이 남는 사람 등이 코골이를 한다면 좁은 아래턱 때문에 혀가 뒤로 밀렸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간혹 어린이가 코를 많이 고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목젖 뒤에 있는 인두편도(아데노이드)가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어 숨길이 좁아지지 않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전문클리닉 이용배 원장은 "인두편도는 12~13세가 되면 작아지기 때문"에 코골이가 생기는 어른은 거의 없다"며 "인두편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아이는 자다가 불규칙적으로 코골이를 하는 어른과 달리 코 고는 소리가 지속적으로 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코골이는 이처럼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왜 생기는지를 정확히 진단해야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요즘에는 병원에서 휴대용 수면검사기기를 빌려다 집에서도 코골이나 코를 골다 갑자기 숨을 쉬지 않는 수면무호흡증을 검사할 수 있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두경부클리닉 주형로 원장은 "잘 때 손가락에 센서를 붙이고 손목에 기기를 착용하면 혈류가 측정되면서 수면 단계와 호흡 등이 파악된다"고 말했다.
베개 낮추고 옆으로 누워
코 속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라면 숨길을 막고 있는 부위를 필요한 만큼 잘라내는 등의 수술로 코골이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비염이나 축농증 때문에 코를 고는 경우엔 약으로 코 질환을 치료하면 코골이도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요즘엔 코골이를 치료하는 장치도 나와 있다. 권투 선수가 시합 때 쓰는 마우스가드처럼 생긴 장치다. 자는 동안 착용하면 아래턱이 앞으로 당겨지면서 혀가 앞으로 나오게 돼 공기가 드나드는 공간이 넓어진다. 몸무게를 줄이고 금연과 금주까지 함께 실천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장동식 교수는 "일반적으로 체중을 10%만 줄여도 수면무호흡증은 50%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자는 습관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너무 높은 베개를 피하고 옆으로 누워 자도 어느 정도 코골이를 줄일 수 있다. 베개가 높으면 누웠을 때 목이 꺾이면서 숨길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반듯하게 누우면 꼭 비만이 아니어도 혀나 목젖 등이 뒤로 처지면서 기도가 좁아지는데, 옆으로 누우면 혀나 목젖이 옆으로 기울어져 기도가 어느 정도 확보된다. 자기 2시간 전에 술이나 약을 먹는 습관도 되도록 피하라고 전문의들은 권한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코골이는 잠을 깊이 자지 못하게 방해할 뿐 아니라 자면서 입을 벌리게 하기 때문에 입 안이 마르면서 충치나 잇몸병 같은 구강 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코를 골면서 호흡이 줄거나 숨을 안 쉬는 상태가 반복되면 심장과 폐에도 부담을 준다. 피 속의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산소에 예민한 뇌에 역시 무리가 간다. 자고 나도 피곤이 안 풀리고 집중력 저하에다 건망증까지 생기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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