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내년 2월23일 총장직에서 물러난다. 2006년 7월 임용돼 2010년 연임에 성공한 서 총장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6년 7개월 만에 도중하차하게 됐다.
카이스트 이사회는 2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서 총장이 제출한 내년 2월23일자 사직서를 수리하기로 의결했다. 이사회는 조만간 총장선임위원회와 발굴위원회를 구성해 후임자 인선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서 총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이사들간에‘지난 7월에 제출한 사임서를 당장 수리하자’는 의견과‘내년2월 졸업식 후 자진 사퇴안’을 놓고 4시간 넘게 밀고 당기는 공방전이 펼쳐졌다. 오명 이사장은 이사회 후 기자회견을 통해“이사회에서 총장 거취 관련한 논의가 있었고, 서 총장이 내년 2월 22일 졸업식 직후 사임하는 것으로 자필 사임서를 다시 제출했다”며 “이사회는 졸업식이 끝난 직후 2월 23일자로 사표를 수리하기로 결정하고 후임총장 선임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이에 앞서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임기가 2014년 7월까지이지만 내년 3월 정기이사회를 끝으로 자진사퇴하고, 내년 1월 총장 후보 선임위원회를 구성하면 후임자 선발 절차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당초 카이스트 이사회는 지난 7월20일 이사회에서 서 총장의 계약해지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이사회직전 오 이사장과 서 총장이 대화를 통해 7개항의 합의문을 작성하고, 서 총장은 합의문이 이행되면 10월20일자로 사임하겠다는 사직서를 오 이사장에게 전달했다. 이 후 양측은 합의서 이행 여부에 따른 사임서 효력을 둘러싸고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갈등을 빚었다.
서 총장과 오 이사장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고 당시 합의과정에 입회를 한 이성희 변호사는 이날“오늘 이사회의 결정은 합의서를 이행하고 있는 과정으로 본다”며“사임서는 합의서 이행에 따른 후속조치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이사회 결정에 대해 서 총장의 즉각 해임을 요구했던 교수단체와 학생들은 불만스런 표정이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은“이사회가 받아놓은 사표도 수리하지 못하고 새로 사표를 받은 것은 구성원들의 뜻을 배반한 것”이라며“앞으로 서 총장을 총장으로서 인정할 수 없으며 다음주 총회를 열어 앞으로 대응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성호 교수평의회의장도“이사회가 지난번에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기를 바랬는데 재임 기간을 연장해주는 실망스런 결정을 내렸다”며 “후임총장은 교수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사회가 총장 퇴진 결정을 미루면 총장실을 점거하겠다고 예고했던 학부총학생회는 “당장 사퇴하는 것이 맞지만 이사회가 사퇴날짜를 정하고 수리를 했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앞으로 후임총장 선출에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힘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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