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내 생산직 근로자들이 불산(불화수소) 유출사고 발생 후 대거 현장을 이탈, 현지업체들이 조업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구미공단에 긴급 수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24일 대구고용노동청 구미지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구미국가4단지 내 ㈜휴브글로벌에서 불산 유출사고가 발생한 후 인근 10여개 업체에 생산직 근로자 퇴사 바람이 일고 있다. '불산 공포'로 엑서더스 행렬에 나서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20~30대 근로자들로,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도시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 600명인 K사는 사고 직후 20여일 만에 무려 100여명이 그만둬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 회사는 정부의 고졸자 우대정책으로 외지의 실업계 고교 졸업자들을 대거 채용, 현장적응 교육까지 마쳤으나 사고 직후 가족들의 성화로 퇴사가 잇따르고 있다. 대기업에 스마트폰 부품을 공급하는 이 회사는 납품일자를 맞추기 위해 전직원에게 휴일 없이 야간 연장근무를 요구해 근로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생산업체인 D사도 최근 생산직 근로자 2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디스플레이 판넬 부품을 생산하는 또 다른 D사도 생산 차질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손 부족에 따른 납품기일 지연 등으로 회사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C사 인사담당 김모(46) 부장은 "외지에서 온 구미공단 신입사원들은 불산 유출사고 후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직장을 그만두고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서 확산 중인 퇴사 바람을 막을 방안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정부는 최근 구미 현지의 근로자 이탈방지 및 외국인 대체인력 조달 등 긴급 대책마련에 나섰다. 구미고용센터는 내년에 구미국가산업단지에 배정할 외국인들을 미리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평소 업체가 외국인 고용 허가를 신청할 때 일반공고 후 14일, 신문ㆍ방송 홍보 후 7일을 넘겨야 자격을 주는데 이 절차를 생략하기로 했다. 구미고용센터 이재홍 과장은 "불산 사고 여파로 생산현장에서 발생하는 공백을 외국인 근로자로 긴급 대체할 계획"이라며 "현지업체들의 생산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김용태기자 kr88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