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결혼을 앞둔 이모(28)씨는 서울 중구 한 특급 호텔에 예식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결혼식에 가장 저렴한 식사(14만원선)를 내놓아도 하객 300명 식비만 차 한 대 값인 4,000여만원이 책정됐다. 여기에 꽃장식 1,500여만원, 무대장식 350만원, 벽면 커튼 150만원 등 필수 선택 비용이 2,000여만원을 훌쩍 넘었던 것. 이씨는 "꽃장식을 생략하거나 간소하게 할 수 없느냐"고 물었지만 "꽃장식은 필수 사항이며, 취향에 맞춰 소박하게 해드릴 수는 있지만 가격은 변함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이하 YMCA)는 24일 "서울 특1급 호텔 대부분이 결혼식장 임대 시 '끼워팔기'로 결혼예식 비용을 부풀리고 있다"며 이들 호텔에 대한 조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요청했다.
YMCA에 따르면 이달 한 달간 서울시내 특1급 호텔 21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20곳이 꽃 장식과 식사, 와인, 무대연출, 기타 등 필수항목을 끼워팔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내년 5월 하객 300명 이상 결혼식을 가정하고 비용을 묻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꽃장식은 20개 호텔에서 필수항목으로 지정, 최저 350만원에서 최고 1,870만원까지 평균 778만4,700원을 받고 있었다. 19개 호텔의 식사는 하객 1인당 최저 6만5,000원에서 최대 14만5,200원으로 평균 비용은 9만1,200원이다.
와인은 16곳에서 필수항목으로 정해 병당 최저 4만8,400원에서 최고 9만6,800원을 받았다. 평균 비용은 6만7,400원으로 집계됐다. 13곳이 필수항목으로 꼽은 무대 연출 비용은 최저 165만원에서 최고 385만원으로 평균 266만5,300원이다.
이밖에 2곳이 폐백실(평균 82만5,000원), 결혼식 원판사진(평균 148만5,000원), 홀 대관료(124만5,000원)를, 1곳이 웨딩캔들과 케이크 등 2부 연출(55만원), 삼페인(7만2,600원) 등을 기타 필수항목으로 지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호텔이 홀 대관료를 받지 않았지만 대신 식대와 꽃장식 등 필수 구매 품목을 지정, 총액으로는 수 천 만원에서 억대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선택권이 다양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호텔이 책정한 가격구조 안에서 돈을 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특급 호텔 관계자는 "텅 빈 공간에 예식장 분위기 연출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함께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결혼식을 위한 각종 비용에는 단순 재료비뿐 아니라 디자인 장식비와 운송비, 관련 직원들의 인건비가 모두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YMCA 관계자는 "예식장 대여와 꽃장식은 엄연히 별도의 서비스인데 같은 상품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고객의 의사와 상관없는 서비스를 한꺼번에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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